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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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보수세력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을 들고나왔다. 윤 대통령은 왜 수차례 법원 판결을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부정선거 의혹을 근거로 비상계엄까지 감행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계엄을 부추겨온 극우 유튜버를 신뢰한 윤 대통령이 이들의 음모론을 사실로 믿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를 초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들을 관리하고, 정부 요직에 발탁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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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의 연결고리는 취임식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유튜브에서 망상에 가까운 부정선거론을 주장해왔고 12·3 내란사태 이후에는 윤 대통령을 적극 비호하는 이봉규, 전광훈 등 극우 유튜버 및 채널 관계자 30여명을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한 것이다. 이봉규티브이(TV), 유재일,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티브이, 짝찌티브이,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 등 유튜브 관계자들이 김건희 여사 추천 몫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 시위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자유통일당 관계자와 당 기관지인 자유일보 주필도 김 여사 추천으로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놓인 ‘부정선거 수사하라’는 손팻말.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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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의 밀착은 임기 초부터 노골화했다. 대통령 취임 석달 만인 2022년 8월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이봉규티브이에 출연해 국정 현안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씨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자면서도 자신의 방송을 본다고 과시했던 인물이다. 시민사회와 대통령실 간 가교 구실을 하는 핵심 참모가 극우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실은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받아쳤다. 강승규 당시 수석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고, 이번 내란사태 국면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필사적으로 반대해왔다.
극우 유튜버들도 공개적으로 대통령 쪽과의 관계를 과시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취임 뒤 처음 각계각층에 보내는 추석 명절 선물을 받을 명단에도 극우 유튜버들을 포함했다.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의 과거 개인 유튜브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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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치권 외곽에 머물던 극우 유튜버들은 공직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한 김채환씨가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유튜브를 통해 ‘21대 총선 부정선거론’을 설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진보 진영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취임 뒤에는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를 활용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해프닝”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유튜버 시절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긴급명령을 발동해 헌정 질서 파괴 세력들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논리와 닮아 있다.
또 윤 대통령은 태극기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며 극우 유튜버로 활동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기용했다. 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극단적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김영호 장관도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극우 유튜버”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에도 극우 유튜버들이 포진했다. 극우 정당 자유의새벽당 대표 출신인 강기훈씨는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지난달까지 근무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거나,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유튜브에서 펼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 일자리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강씨가 대통령실에 들어온 경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표적인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다. 강씨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에야 사의를 표명했다. 이 밖에도 안정권씨의 누나가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의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다가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사표를 낸 일도 있었다.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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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이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매체)가 아닌 극우 유튜브를 가까이하고 ‘필터버블’(선택적 정보 노출에 의한 편향)에 갇혀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서 작금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들과 연계해 극우세력의 집단행동을 선동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했던 바가 상당수 투영돼 있다”며 “최고 정치지도자가 자신들의 유튜브 영상을 본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극우 유튜버들에게 더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4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여론을 바꾸기 위해 광장에 나와야 한다”(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탄핵 표결은 부정선거”(전광훈 목사) 같은 주장들이 터져나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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