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과 마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 8월1일(현지시각)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8.02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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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NHK 등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지주회사를 설립해 양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닛산이 지분 2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도 지주사에 편입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설 보도 이후 닛산은 "장래 협업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5% 줄어든 2579억엔(약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에선 판매량이 다소 늘었지만 글로벌 판매량의 4분의 1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닛산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85% 감소하는 등 사정이 더 좋지 않았다. 중국 판매량이 12.7%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해 93억엔(약 87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뢰와 효율의 상징으로 통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이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8% 증가한 반면 일본 브랜드 판매량은 12% 줄었다. 혼다·닛산·미쓰비시 등 후발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1위 업체인 토요타도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차의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동남아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싱가포르(-18%P), 태국(-12%P), 말레이시아(-4.9%P), 인도네시아(-6.1%P) 등 크게 줄었다.
실적 부진은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특히 닛산은 수천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고 미쓰비시 지분 3분의 1을 매각하는 등 위기 극복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달 초엔 익명의 닛산 고위 관계자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닛산은 앞으로 1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혼다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 협력사로 잘 알려진 대만의 전자기업 폭스콘이 닛산 경영 참여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 위기감이 극대화됐다고 짚었다. 닛산 경영권이 폭스콘에 넘어갈 경우 지난 8월 체결한 포괄적 업무 제휴가 무효화 될 것을 우려한 혼다는 닛산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까지 검토했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인 에피시모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지난달 닛산 주식 2.5%를 취득하며 5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자 닛산과 혼다는 전격적인 합병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닛산 합병시 글로벌 자동차 순위 변화 예상/그래픽=이지혜 |
혼다와 닛산,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까지 일본 2~4위 업체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3위권 자동차 그룹이 탄생한다.
혼다와 닛산의 경영통합 카드는 생존을 건 도약이라고 NHK는 짚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자동차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차세대 사업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현재 두 회사의 경영 여건상 합병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 등이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면서 일본의 후발 입장에선 단독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덩치를 키워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합병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탕진 미즈호은행 비즈니스 솔루션부 상석주임연구원은 "양사 모두 경영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동차 약체 기업들끼리의 연합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증시에서 닛산은 23.7% 급등한 417.6엔을, 혼다는 3% 하락한 1244.5엔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닛산과 합치는 것이 혼다 입장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있다고 전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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