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수일 내 휴전 관측
하마스는 17일 텔레그램·엑스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이 새로운 조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휴전과 인질 교환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하에 진지하고 긍정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 휴전 협상 과정 중 가장 전향적인 것으로, 이스라엘 현지 일부 매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로이터도 이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수일 내에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쟁점 대부분이 해결됐고, 세부적 조율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를 근거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협상의 마무리를 위해)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은 카타르 도하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주요 내용은 42~60일간의 1단계 휴전(일시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 중환자 등 30여 명을 먼저 돌려보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을 석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전날 크네세트(의회) 외교위원회에 나와 “하마스와 인질 교환 합의에 이만큼 근접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양측 협상은 하마스가 최근 이스라엘이 요구한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월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 사망 후 휴전 협상이 재개되자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필라델피 회랑’, 또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철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가자지구의 핵심 교통로인 이 두 곳을 지키면서 땅굴을 이용한 하마스의 무기 밀수와 조직 재건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마스는 이 요구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지배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신와르와 함께 하마스 내 강경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대부분 사망하고, 알카삼 여단 등 하마스의 군사 조직도 대부분 와해된 상황이다. 하마스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츠 국방 장관도 “필라델피·넷자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는 문제는 협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의 양보 사실을 인정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휴전 협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남아 있는 문제들이 있다. 양측 간 의견 불일치를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휴전을 위한 세부 사항 대부분이 합의가 됐지만, 인질 석방자 수를 놓고 협상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풀어줄 인질 명단을 아직 제시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8일간의 첫 휴전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105명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을 석방한 바 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습격 과정에서 인질 총 250여 명을 납치했다. 이 중 약 120명이 협상과 군사작전으로 구출됐고, 70명이 사망해 현재 60여 명이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하마스는 최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억류된 인질 중 얼마나 많은 이가 생존해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인질들의 소재는 물론 생사 여부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억류된 인질 일부가 임의로 ‘처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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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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