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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2025 재계 인사 키워드 ‘S·I·R·E·N’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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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기업 방향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메시지다. 인사가 만사(萬事)인 이유다. 주요 대기업의 2025년 인사가 마무리된 상황. 올해 인사 키워드를 요약하면 ‘비상등(S·I·R·E·N)’이다.

매경이코노미

1. 조직 슬림화(Slim down)

삼성·SK·LG 승진 규모 확 줄였다

불황을 앞둔 기업의 선택지는 ‘긴축’으로 쏠린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진행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정기 임원 인사에도 반영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전자는 임원 승진 규모를 감축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 10명 등 총 137명을 승진 발령했다. 지난해 143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소폭(6명) 줄었다. 특히 부사장 승진 규모가 예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부사장은 전년 대비 16명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초임 임원인 상무급은 전년 대비 15명 정도 늘고 부사장 승진자는 확 줄었다”며 “내부적으로도 쇄신 고민이 상당한 것 같다. 조직의 머리를 무겁게 하지 않고 초임 임원인 상무 인사를 늘려 기민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LG그룹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규모를 121명으로 밝혔다. 지난해(139명)와 비교하면 18명 줄어든 숫자다. 특히 배터리 업황 둔화와 경쟁 심화로 실적 부진을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임원 승진자가 14명에 그쳤다. 지난해(24명)와 비교해 10명 줄어들었다.

부회장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재계에선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예상이 엇나갔다. 범LG가 LS그룹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승진 규모 최소화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부회장 승진을 포함해 총 승진자는 22명으로 최근 3년 내 가장 적었다. 특히 41명이 승진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도 승진 규모를 최소화했다. 부회장 승진자는 없고 사장 승진자도 2명에 그쳤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이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Committee)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 개발총괄(CDO)까지 맡는 정도다. 신규 선임 임원 수도 75명에 그쳤다. 지난해(82명)와 비교하면 7명 정도 줄었다. 인사폭을 늘렸던 2년 전(145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앞서 2022년 12명, 지난해 14명의 CEO를 바꾼 데 이어 올해 18명의 CEO를 한 번에 바꿨다. 특히 그룹 전반의 불확실성을 촉발한 화학 부문은 CEO 13명 가운데 10명이 동시 교체됐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도 1년 만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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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믿을맨’ 역할 확대(Inner circle)

삼성 전영현…현대차 장재훈 눈길

위기 상황에선 믿을맨의 역할이 커지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통용돼온 재계 만고의 진리다. 특히 창사 이래 최대 위기 평가를 받는 삼성그룹 인사가 눈에 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리를 맡으며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직한다. HBM을 포함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을 책임지는 메모리사업부를 전 부회장 직할로 둔 것. 삼성전자 DS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 없는 파격적 조직 개편은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톱 티어’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촉발한 HBM 경쟁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시장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게 전 부회장 역할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메모리 전문가’인 만큼 시장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전 부회장의 첫 시험대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성사 여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개선된’ HBM3E 12단을 개발해 2025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후 2025년 말 시장이 열리는 6세대 제품(HBM4)에서 경쟁사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자 대표이사, DX부문장, DA사업부장과 함께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다. 품질혁신위원회는 모바일·영상·가전 등 삼성전자 전 사업에 걸쳐 특유의 ‘절대품질’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조직이다.

신설된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을 이끌 또 다른 믿을맨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신임 경영진단실장 역할도 막중하다. 경영진단실은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로 꼽힌다. 관계사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관계사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건전성을 확보해주는 역할이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삼성그룹이 옛 미전실 기능 일부를 복원한 셈이다. 최윤호 신임 실장은 2010년부터 2017년 미전실 해체 직전까지 미전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룹 내 또 다른 믿을맨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도 사업지원TF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과 한 팀으로 뭉쳤다. 사업지원TF는 신설된 경영진단실 등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 핵심 축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11월 사의를 표명한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 사장 빈자리를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에게 맡겼다. 장 부회장은 앞으로 완성차 부문과 기조실 양쪽을 모두 담당한다. 재계에선 장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2인자 지위를 공고히 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공식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 기조실이 사실상 그 역할을 맡아왔다. 기획과 감사부터 정책·인사뿐 아니라 비서실 역할까지 겸하며 그룹 내 핵심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SK그룹도 믿을맨 역할이 커졌다. SK디스커버리 신임 대표로 선임된 손현호 사장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SK그룹의 사업 재편을 이끈 인물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그룹 내 중간 지주사다. 손 사장은 그룹 리밸런싱 기조를 SK디스커버리 계열사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롯데그룹도 컨트롤타워를 믿을맨에게 맡긴다.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사업지원실이 통합돼 그룹사 사업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예정인데, 이를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이 이끈다. 노 사장은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입사 후 경영지원부문장, 전략경영본부장 등을 거친 전략통이다. 이후 롯데그룹이 신사업으로 꼽은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 그룹 정보기술(IT) 부문 전반을 주도했다.

3. 기술통의 약진(R&D)

연구원 출신 사장 쏟아져

올해 재계 인사에서는 기술통 약진이 눈에 띈다. 침체기에도 미래 경쟁력은 포기 못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지난 10월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사장을 교체했다. 신임 사장에는 모두 기술 전문가를 발탁했다. SK에너지 사장으로 김종화 SK에너지 울산CLX(컴플렉스)총괄을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유와 화학 사업을 두루 경험한 생산 전문가다. SK지오센트릭 사장에 선임된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터리얼사업본부장은 R&D 연구원 출신이다. SKIET 신임 사장에는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뽑혔다. 이 신임 사장 역시 R&D 연구원 출신 경영자다. 신규 임원 역시 R&D와 생산 등 기술 현장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규 임원 75명 중 50여명이 해당 부문에 특화된 인물이다.

LG그룹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인재를 대거 기용했다.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가 ABC 분야에서 나왔다. 신규 임원을 포함한 그룹 연구개발 임원은 218명으로 늘었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이번 인사에는 도전적 목표를 세워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높일 것을 강조한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LG그룹 설명이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넘어 최고, 최초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그룹 역시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청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치면서 LC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과 공정 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기술통이다. 삼성SDS도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부 졸업 후 미국 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IT 통신기술 전문가다. 200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로 합류해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을 거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역할을 맡아왔다. 최윤호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로 자리를 옮긴 삼성SDI 수장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과 DS부문 미주총괄 등 반도체 사업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4. 트럼프 라인 찾아라 (External change)

외국인 CEO 발탁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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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신임 대표이사 사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2025년 1월 20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관계 구축에 집중하는 인사 트렌드도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발탁,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무뇨스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미국 영업통이다. 가솔린 세단 중심이던 현대차 주력 판매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하이브리드카(HEV)로 전환하고 브랜드 평판을 끌어올려 2018년 68만대였던 현대차 미국 판매량을 지난해 87만대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무뇨스 사장이 마주한 과제는 트럼프 리스크다. 특히 관세 대응 전략이 초점이 맞춰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꾸준히 보편 관세를 강조해왔다. 미국 내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대미 흑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이 최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관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무뇨스 사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무뇨스 사장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각종 리스크 우려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투자와 미국 현지화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정통 외교 관료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국외 대관 담당 사장으로 지명한 것도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 있다. 한국계 미국인 김 사장은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맡았다. 성 김 사장은 그룹 대관과 홍보 업무, 싱크탱크 등을 총괄하며 대외 통상·정책 대응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글로벌 전략·해외 대관 조직을 이끄는 외교관 출신 김일범 현대차 글로벌정책실(GPO) 실장과 함께 정책 변화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제 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도 미국통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 경험이 많은 한진만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미주총괄(DSA)을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신임 대관 총괄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무역 고문과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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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0대 CEO 등장 (New generation)

오너 3·4세 시험대 올랐다

일부 그룹은 위기에도 세대교체를 이어갔다.

CJ그룹에서는 1990년생 대표가 나왔다. CJ그룹은 CJ 4DPLEX 대표에 콘텐츠 사업 기획 업무를 주로 해온 1990년생 방준식 대표를 선임했다. 방 대표가 임원에서 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방 대표는 지난 2월 CGV 경영리더로 발탁됐다. 2018년 포디플렉스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6년 만이었다. 연속적인 초고속 승진이다. 배경에는 CJ그룹의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경영을 외치며 오너 3·4세도 경영 보폭을 넓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GS그룹이다. 오너 3세에서 4세로 세대교체했다. 핵심 계열사 GS리테일의 전성기를 이끈 3세대 허연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 허서홍 대표가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허 신임 대표는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GS 미래사업팀장을 맡고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로 GS리테일에 합류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은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역시 본격적인 경영 능력 평가대에 올랐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그룹에 발을 들인 후 2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빠진 만큼 신 부사장의 위기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의 그룹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는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성장 지원은 SK가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삼양그룹도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은 화학 사업 그룹장이 됐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지난해 전략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생산 분야까지 맡게 됐다. 삼양은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했는데 그룹1은 전통적인 화학소재 사업이고 김 사장이 맡는 2그룹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한다. LS그룹은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 구동휘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승진했다. LS MnM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주도할 LS그룹의 핵심축이다. 2027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데 구 부사장이 직접 이끌 예정이다.

다만 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경우 ‘젊은 피 발탁’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CEO·사장급 인사로 범위를 좁히면 1970년대생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중에선 이준희 삼성SDS 신임 대표 사장이 1969년생으로 가장 젊다. LG그룹도 사장단 인사 중 홍범식 LG유플러스 신임 대표 사장이 1968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현대차그룹도 사장단에도 1970년대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현대건설 신임 대표를 맡은 이한우 부사장(1970년생) 정도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970년생인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의 사장 승진 인사를 내고 LG그룹 핵심 계열사 LG이노텍도 1970년생 문혁수 대표를 선임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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