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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내란 트라우마? ‘민주주의 지켜냈다’는 기쁨으로 정치 스트레스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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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계엄 선포로 많은 국민이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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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촉발한 내란사태로 많은 시민이 정신적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이후 일상에서 심리적 고통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각종 미디어에서도 ‘계엄 트라우마’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지난 12일에는 510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시국선언을 통해 “국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66.2%)이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후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과정이 남은 만큼 여전히 정국 혼란에 대한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가 많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트라우마 전문가인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 특임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백명재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현재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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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진행도. 자료=국가트라우마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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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12·3 내란사태, 정말 트라우마 유발할까?





이들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국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긍정하면서도 의학적인 의미에서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 이사는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놀람과 불안, 걱정 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라면서 “신속하게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엄청난 집단 트라우마를 유발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다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가 병리적인 증상을 겪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이 용어를 남발하는 경향은 정말 트라우마를 겪거나 겪었던 사람들이 더 상심할 수 있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 역시 “최근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매우 흔하게 사용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 의학적인 정의는 조금 다르다”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란 일반적인 스트레스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경험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을 겪으며 나타나는 심리적 충격 반응이다. 의학적으로 엄밀하게 보면 죽음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등의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경험한 후유증이다. 전쟁, 테러, 자연재해, 교통사고, 화재, 건물 붕괴, 성폭행, 타인이나 자신을 향한 폭력과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된 경험 뒤 불안, 공포, 우울, 불면, 무기력, 절망감, 집중력 저하, 분노, 음주·흡연량 증가 등의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반복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로 인한 직간접적인 트라우마 피해도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의 현장에서 위협적인 상황에 노출된 이들은 직접적인 주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과거에 경험했던 심각한 폭력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트라우마 증상이 재발한 환자도 있을 수 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지체 없이 전문적인 평가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광주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 있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와 전국 5개의 ‘권역 트라우마센터’(국가트라우마센터, 국립부곡병원, 국립공주병원, 국립나주병원, 국립춘천병원),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 미디어 등으로 관련 상황을 지켜본 시민, 관련 업무 종사자 등은 간접적인 ‘엔(n)차 피해자’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엄사태는 미디어로 생중계된 만큼 이를 지켜본 무수한 시민이 간접적으로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됐다. 이들 역시 사람에 따라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의학적으로는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됐다고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업무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이거나 △1개월 이상 관련 증상이 지속할 땐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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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응급조치법1 자료=국가트라우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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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응급조치법2=국가트라우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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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교수는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계엄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에 대체로는 공포나 불안 등의 증세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1개월 이상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 문제가 더 긴 시간 지속할 수 있기에 조치를 취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실제 의학적으로도 트라우마 사건 노출 뒤 1개월까지는 누구나 증상을 겪을 수 있는 급성기지만, 이후 3개월을 넘어서 지속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화 상태로 본다.



 따라서 12·3 계엄사태 뒤 최소 1개월 동안은 마음과 정신건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는 정치적 혼란이 주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회복하기 위한 몇 가지 실천법을 제시한다. 술·담배 등의 물질 남용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운동을 유지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파국적 상황을 상상하기보단 현재의 생활과 업무 등 현실에 집중하며 미디어 소비를 조절해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가족, 친구, 이웃 등과 서로를 지지하는 소통을 하는 것 등이다.



 특히 정 이사는 “쏟아지는 관련 정보와 뉴스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며 미디어 조절 노력을 강조했다. 수동적으로 정보의 영향을 받는 방송,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 시청을 제한하고 필요한 만큼만 활자 매체를 읽는 것이 좋다. 신문 읽기가 가장 좋다. 신문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정제된 뉴스를 전달하기에 능동적으로 정보를 해석·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2 길어지는 정국 혼란 속 ‘윤석열발 분노’ 어떻게 다스리나





정치 혼란 상황이 당분간 장기화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지나친 분노나 냉소적 감정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와 언론이 분열과 불안, 증오를 부추기기보단 회복과 통합의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시민들도 성숙한 태도로 희망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에 대해 대화할 때도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격화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좋다.



어린이와 청소년, 기존의 정신질환자 등 정신건강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도 계속 쏟아야 한다. 최근 청소년을 중심으로 자살 사고가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에게 이번 사태의 정보를 쉬쉬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안정감과 낙관성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보호자의 도움 없이 정보를 수용할 때 오히려 불안과 공포가 극대화하거나 편향된 정보에 치우칠 수 있다.



정 이사는 “사회적 혼란기에 시선이 큰 사건에 집중될수록 아이들과 외국인, 장애인, 노약자 등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도 잘 살펴야 한다”면서 “이들은 소외될 때 더 크게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사회적 혼란기엔 긴장감이 높아지며 마음의 내적 고통보다 외적 사건에 신경을 더 많이 쓰기에 자살률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마음의 ‘전시태세’는 오래가지 않고 곧 긴장이 풀리면서 이전보다 마음이 더 힘든 시기가 찾아오고 사회적으론 자살률도 다시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분노엔 잘못을 바로잡는 힘이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분출하는 건 개인과 사회에 파괴적이라 정신건강 회복에 좋지 않다”며 “시민들 스스로가 국가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희망을 발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으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거주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24시간 상담전화(☎109),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mentalhealth.go.kr) 등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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