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영천시장 후보에 1억 받은 혐의… 자택도 압수수색
金여사의 코바나 고문으로 활동
尹 어깨에 손올리며 동선 안내 등… ‘대선때 캠프 관여’ 의혹 논란 일어
尹, 당시 “참 황당한 얘기” 반박도
尹 안내하는 건진법사 2022년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마스크를 쓴 ‘건진법사’ 전성배 씨(점선 안)가 사람들에게 윤 대통령을 소개하며 등에 손을 얹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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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64)가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전 씨가 2018년 경북 영천시장 선거 과정에서 1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씨는 앞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직 명함을 가지고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불법 정치자금 받은 혐의, 건진법사 체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17일 전 씨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 검찰은 이날 전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 씨가 2018년 제7회 전국 지방선거 과정에서 영천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한 예비 후보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천시장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정재식, 하기태, 김수용 후보 등이 맞붙었고, 그중 김 후보가 본선에 올라갔다. 이후 김 후보는 무소속 최기문 후보(현 시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전 씨는 경선 승리를 위한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에게 돈을 건넨 예비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지 못했다고 한다. 전 씨는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줬다는 취지로 검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우 배용준 씨의 투자 참여 사실을 내세운 이른바 ‘욘사마 코인’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해당 코인 사기 관련자는 검찰에 ‘전 씨에게 건네진 공천 청탁 자금을 예비 후보와 같이 마련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 尹 대선캠프 활동 의혹-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 등 논란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과거 모습 |
전 씨는 과거 윤 대통령 부부와도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던 2022년 1월 전 씨가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전 씨가 후보자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일정에 관여했다는 것. 당시 공개된 한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신분으로 네트워크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 씨가 캠프 관계자들에게 윤 대통령을 소개하며 “딴 거 없어. 여기 와서 (사진) 빨리 좀 찍어주세요”라고 동선을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전 씨가 윤 대통령의 등과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거나 두드리는 모습도 담겼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전 씨가 ‘무속인’이라며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며 파장을 진화했다.
하지만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추가로 불거졌다. 전 씨가 김 여사의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 고문이라고 적힌 명함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명함에는 ‘COVANA CONTENTS(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회사명, ‘고문 전성배’라는 직함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무실 주소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오피스텔로 돼 있었다.
이후 민주당 등에서는 김 여사와 전 씨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의 전시회에 전 씨가 참석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도 나왔다. 국민의힘 측은 “전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시를 홍보해 주겠다고 해 (김 여사가) 고문 직함을 쓰라고 한 사실은 있으나 그 후 출근하거나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 尹, 김 여사-건진법사 관계 직접 해명하기도
윤 대통령도 김 여사와 전 씨 관계에 대한 의혹을 직접 해명한 적이 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전인 2022년 1월 현안 질의응답에서 “우리 당 관계자에게 (전 씨를) 소개받아 인사한 적 있는데, 저는 (무속인이 아니라) 스님으로 알고 있고 법사라고 들었다”면서 전 씨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캠프에서) 직책이나 이런 건 전혀 맡고 있지 않다.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건) 참 황당한 얘기”라고도 했다.
전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앞세워 기업 이권에 관여한다는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확산돼 대통령실이 조사에 나선 적도 있었다. 2022년 8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대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건진법사의 이권 개입 의혹 등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지라시에 그런 내용이 나와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경이 윤 대통령을 향해 불법계엄 수사를 좁혀가는 상황에서 전 씨가 검찰에 체포된 것에 연관성이 있는지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전 씨 수사와 계엄 수사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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