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앤다커' 분쟁, 내년 2월 13일 선고..."업계 미칠 영향 살펴주길" VS."대기업의 사다리 걷어차기"

[임경호 기자]

다크앤다커 /사진=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가 자사에서 개발 중이던 'P3 프로젝트'(이하 P3)의 내부 데이터를 무단으로 도용해 만든 게임이라며 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넥슨이 제기한 소송이 선고기일을 앞두고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기일은 오는 2월 13일 선고기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넥슨이 주장하는 P3와 다크앤다커 사이의 유사성이 P3 고유의 게임성에서 기인했는지 다투는 기존의 쟁점을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넥슨 측은 다크앤다커는 P3의 저작권 및 성과물을 침해한 결과물로, 넥슨의 기획과 자료를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P3 개발의 모태가 된 원시 버전과 핵심 요소들이 다크앤다커에 그대로 사용된 점을 묵인하면 산업계에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앤다커는 널리 알려진 게임 장르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P3 자료를 활용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넥슨 측의 일방적 주장은 후발 주자의 발전을 저해하는 논리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신문...넥슨 "P3 프로젝트, 내부 직원이 핵심 개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는 17일 자사에서 개발하던 P3 프로젝트의 영업비밀 및 저작권을 침해하고 성과물을 도용했다며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양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넥슨 측은 당시 P3 레벨 디자인 담당자 A씨를, 아이언메이스 측은 P3 사운드 담당자 B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인들은 각각 신청한 측 회사에 재직 중이다.

넥슨 측은 P3 개발의 근간이 됐던 원시 버전(프로토타입)을 A씨가 개발했으며, 이를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 알파맵, 베타맵, 감마맵 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P3 개발을 주도한 경험을 통해 내부 자료 유출 없이도 다크앤다커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아이언메이스 소속 C씨 주장을 반박하기 위함이다.

애초에 P3는 넥슨의 직원이 핵심적으로 개발했고, 이에 따라 모든 권리가 넥슨에 귀속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A씨는 "(원시 버전 개발 기여도가) 거의 1인 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후 원시 버전이 재미있다는 팀원들의 동의 아래 P3의 방향성을 잡아갔다고 증언했다.

아이언메이스 "넥슨에 P3 완수 의지 없어...둘은 다른 게임"

아이언메이스 측은 넥슨 측에 P3 개발을 완수할 의지가 없었다는 정황을 증언으로 입증하려 했다. 또 팬데믹 기간 재택 근무 시 수많은 넥슨 직원들이 개인 PC를 사용했던 점을 근거로 데이터 유출 의혹을 사고 있는 C씨가 부당하게 징계해고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소개 영상. /사진=\'서머 게임 페스트 2024\' 온라인 쇼케이스

특히 P3 팀장이던 C씨가 징계해고된 다음날인 2021년 7월 22일 당시 김대훤 부사장이 회의를 열고 P3를 무산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B씨는 "김 부사장이 그 회의에서 팀 이름과 게임 콘셉트를 바꾸고 새로운 디렉터를 데려오겠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내부 직원이 퇴사 후 별도의 게임을 제작하는 관행이 업계에서 통용된다는 점을 짚기 위해 아이언메이스 측은 김대훤 넥슨코리아 전 부사장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부사장은 현재 넥슨을 퇴사해 신생개발사 에이버튼을 이끌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측 증인 A씨는 "김 전 부사장이 개발하는 게임은 다크앤다커 사례처럼 넥슨 내부 프로젝트와 유사성이 없다"며 예시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유사성에 대한 결정적인 차이로 거론되던 장르적 특성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P3가 탈출 기능을 염두한 익스트랙션 슈터로 개발됐는지, 배틀로얄 장르로 개발됐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이다. A씨는 탈출 기능이 포함돼 있었다고 답한 반면 B씨는 구성인력과 제작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게임에서 이를 실제로 구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업계 영향 살펴주길 VS.객관적 증거 제시해야

4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끝에 양측은 마무리 발언을 했다. 넥슨 측 법률대리인이 선고기일을 앞두고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재판부에 요구한 것.

사진=임경호 기자

넥슨 측 법률대리인은 "넥슨의 노하우가 집약된 P3의 결과물을 봤던 사람들이 퇴사 후 다른 곳에서 소스코드 침해를 피하면서 이와 유사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며 "이번 사안은 게임업계에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아이언메이스 측 법률대리인은 "원고 측 주장들이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되는지 살펴봐달라"며 "(다크앤다커가 차용한 업계의) 보편적인 아이디어를 사용하지 말란 것은 널리 공유된 아이디어로 성장해온 넥슨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내년 2월 13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추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참고서면 제출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실질적인 창작물에 대한 권리'와 '아이디어'의 경계에 유의미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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