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플랫폼·오프라인 행사·퀵커머스 등 신사업 늘려
티메프 사태 이후 재무건전성 주목…이익결손금 해소
판매 카테고리 다양화, 퀵커머스 사업 시행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컬리가 올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연간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 내 컬리 본사 층별 배치도 /우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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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우지수 기자] 컬리가 올해 물류 효율화, 비용 절감 등 효과로 지난해 대비 영업손실 폭을 대폭 줄였다. 최근에는 주력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패션·리빙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4분기에는 이익결손금 해소를 추진하면서 재무건전성 회복도 노렸다. 지난 2022년 중단된 기업공개(IPO) 추진 시점을 신중히 하고 있는 컬리가 투자자들로부터 개선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컬리의 올해 연결기준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2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손실 1185억원과 비교하면 89% 가량 개선됐다. 컬리가 올해 흑자전환하기 위해서는 4분기 128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사업 시작 후 지난해까지 한 번도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컬리에 따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은 비용 절약이다. 지난해 6월 타 물류센터 대비 15~20%가량 비용 효율이 떨어지던 송파 물류센터를 정리하고 곧이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창원·평택 물류센터를 개점해 물류 시설의 주문처리 능력, 포장 비용 등을 효율화했다. 광고·프로모션 효율화 역시 마케팅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냈다. 컬리가 올해 1~3분기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5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약 410억원) 감소했다.
컬리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실현하고 떨어진 기업가치를 회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조원에 달했던 기업가치는 최근 장외시장 기준 5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컬리는 지난 2022년 IPO를 한 차례 추진했지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연기했다.
컬리는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 판매 품목을 늘리는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화장품을 판매하는 '뷰티컬리'를 선보였고 지난해부터는 첫 오프라인 행사 '컬리 푸드 페스타'를 개최해 식품 마케팅에도 힘을 줬다. 최근에는 패션과 리빙 등 판매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30~50대 주요 고객층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배송, 샛별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 지역도 확대했다. 올해 샛별배송은 11개 지역, 하루배송은 1개 지역(제주도)을 추가했다. 샛별배송은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8시 전에 배송이 오는 새벽배송 서비스, 하루배송은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중에 도착하는 서비스다. 주문하면 1시간 내외로 배송을 완료하는 '컬리나우'를 서울 강남권에서 시범 운영하면서 퀵커머스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컬리 관계자는 "내년에는 플랫폼 주요 고객층인 30~50대 여성을 겨냥한 패션, 리빙 제품군을 들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라며 "올해 선보인 컬리나우도 충분한 성장성이 보인다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지난 2022년 선보인 화장품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 오프라인 행사 '컬리 푸드 페스타', 패션·리빙 카테고리 확장 등 30~50대 여성 고객 접점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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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재무 관련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무건전성 개선책도 내놨다. 지난 9년간 쌓인 2조2803억원의 이익결손금(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인 상태)을 해소하기로 하면서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별도 기준 2조3532억원 자본잉여금(주식발행차금 등 사업 외적으로 쌓인 자본금)을 이익잉여금(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누적치)으로 전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올해 연간 사업보고서에는 별도 이익결손금이 아닌 800억원대 이익잉여금이 기재될 전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컬리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올해 5월까지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를 받아 왔다. 투자금은 지난 2021년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통주로 전환돼 자본잉여금으로 쌓였다. 자본잉여금은 통상 이익잉여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자본이지만 이익결손금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컬리의 결정은 티메프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본잠식 상태를 지적받은 것을 의식한 모양새다. 티몬과 위메프의 이익결손금이 꾸준히 불어나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돼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고 이 같은 자본 구조가 판매자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업계 투자 시장이 침체해 컬리 IPO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 일부 기존 투자자들이 지분을 처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 결손금 중 상당 부분이 실제 손실이 아닌 회계상 착시임에도 회사의 위기로 오해를 받았다"며 "이번 자본잉여금 전입 결정은 IPO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컬리의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IPO를 추진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 기반 기업의 자본잠식 위험성이 투자자들에게 각인됐고 당분간 투자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IPO를 재추진해야 하는 컬리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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