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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사돈·예비 며느리도 요직…더 노골적인 트럼프 2기 족벌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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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2일 미국 버지니아주 세일럼의 한 유세장에서 동영상 화면을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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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토록 노골적이고 광범위한 족벌정치가 또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두번째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내놓은 인사 명단에 세계가 다시금 놀라고 있다. 7년 전 자리에 걸맞은 합당한 경력이 없어 논란이 된 맏딸 부부의 백악관 보좌직 임명은 이에 비하면 별 게 아닐 정도다. 이번에는 죄질이 나쁜 전과자 사돈과 전력이 말끔하지 않은 또다른 사돈에 더해 며느리와 예비 며느리까지 요직을 꿰차고 있다. 아직은 ‘원외’ 실세인 맏아들은 공연하게 아버지와 함께 판을 주무르고 있다.





마가 슈퍼스타 맏아들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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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1월 아이오와주 얼반데일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선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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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선 성공 과정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의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7), 이른바 돈 주니어다. 변방의 젊은 상원의원 제이디(J.D.) 밴스(40)를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앉힌 것도, ‘백신 괴담’을 퍼뜨리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것도 돈 주니어였다는 게 정설이다. 그가 국무장관으로 밀었다고 알려진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는 15일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발탁됐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43) 전 하원의원도 그가 꽂은 인물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1기의 핵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2기 행정부 입각을 막은 것도 그다. 돈 주니어는 트럼프 2기의 킹메이커이자 충성심을 잣대로 등용문을 관장하는 문지기다. 그는 어떻게 트럼프 2기의 실세로 등극했을까?



알고 보면 돈 주니어는 트럼프가 첫 출사표를 던진 2016년에도 “아버지의 가까운 정치 자문가”(뉴욕타임스)로 불렸다. 아버지가 가지 않는 지역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아버지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부러 사냥하는 모습을 공개·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최측근은 못 됐다. 트럼프의 신임을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 주니어는 ‘인정 투쟁’의 일환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무너뜨릴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2016년 ‘러시아 정부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를 만났다. 하지만 이 만남이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크게 증폭시키는 바람에 오히려 점수가 깎였다고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2019년 의회에서 “트럼프는 자주 돈 주니어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돈 주니어는 트럼프가의 사고뭉치로 치부되면서도 ‘러시아 스캔들’을 반격하며 꾸준히 입지를 넓혀갔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의 후광을 갈망하는 후보들이 그의 지원 유세를 고대했고, 그는 17개 주에서 70개 행사를 뛰었다. 2020년 아버지가 대통령직 연임에 도전장을 내밀 무렵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트럼프 재선 캠프의 선임보좌관 제이슨 밀러는 “돈 주니어는 마가 유니버스의 심적 중심”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돈 주니어는 행정부에 합류하지 않을 게 거의 확실시된다. 대신 그의 행선지는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 파트너로 정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명함이 무엇이든 그가 막후에서 계속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정계 입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언젠가는…’이라며 여지를 두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최근에 한 ‘2028년 공화당 예비선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돈 주니어와 부통령 당선자 밴스가 각각 30%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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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개표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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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의 스타 부부는 어디로





돈 주니어 전에 트럼프가의 스타는 맏딸 이방카(43)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43)였다. 트럼프 1기 때 이방카는 백악관 선임고문과 경제 이니셔티브 및 창업 국장을,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과 미국혁신국 국장을 역임했다. 이 부부의 임명은 ‘공직자는 자신이 관장하는 기관에 친척을 지명, 고용, 승진시키지 않는다’고 규정한 반족벌주의법(federal anti-nepotism statute)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트럼프는 이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임명을 강행했다. 사업가인 이방카 부부가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쿠슈너는 백악관에서 나온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의 투자를 받은 사모펀드를 만들어 입길에 올랐다. 이 사모펀드 규모든 30억달러(약 4조3천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방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들과의 만남에 배석하거나 아버지를 대신해 주요20개국(G20) 정상급 만찬에 참석하면서 실세임을 증명했다. 쿠슈너도 “모든 일의 장관”(Secretary of Everything)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중동문제부터 무역전쟁, 코로나19 대응까지 손을 대지 않은 분야가 없는 실세였다.



진짜 문고리 권력이었던 이들이 트럼프 1기가 막을 내린 뒤 정계에서 자취를 감추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방카는 “정치권 밖”에서 살겠다고 공언했고, 이 부부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선거와 거리를 뒀다. ‘아이들, 가족, 사업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이들이 밝힌 이유이지만 그 외에 어떤 내막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며느리·예비 며느리도 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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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밀워키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당시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이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잇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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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의 빈자리는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채우는 모양새다. 2014년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과 결혼한 그는 텔레비전 프로듀서 출신이다. 2020년 트럼프 캠프의 선임고문을 맡으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시아버지 ‘찬스’로 승승장구한다는 시각도 많지만 트럼프 지지층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타임’의 2024년 ‘올해의 인물’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를 이어갈 주자로 라라를 지목해 그의 앞날은 더욱 창창하리라 예상된다. 트럼프는 “라라는 정말 대단했다”며 “그녀는 어리디 어린 여성인데 공화당의 수장이었다”고 추켜세웠다. 라라는 트럼프가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의 의원직을 승계할 후보로도 거론된다.



맏아들 돈 주니어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은 주그리스 대사로 지명됐다. 검사 출신인 그는 폭스뉴스 진행자로 더 유명하다. 돈 주니어와 2018년 중간선거 때 전국을 누비며 후원금 모금에 성과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돈 주니어와 길포일의 결별설이 나오면서 트럼프가 대사직을 맡겨 출국시키는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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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들에게도 한자리씩





트럼프의 문제적 인사 가운데서도 더 문제로 지목되는 사람은 주프랑스 대사로 지명된 이방카의 시아버지 찰스 쿠슈너다. 찰스 쿠슈너는 거물 부동산업자로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다. 그는 2005년 탈세와 불법 선거자금 후원, 위증 교사 등 18개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고 2년을 복역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말기에 그를 사면해줬다.



트럼프의 둘째 딸 티파니의 시아버지 마사드 불로스는 아랍·중동 문제 선임고문으로 발탁됐다. 레바논계인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가 있는 레바논 정부 쪽과 미심쩍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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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1기 행정부 퇴임을 앞두고 사면한 맏딸 이방카의 시아버지 찰스 쿠슈너(가운데)가 2005년 뉴저지주 뉴어크의 연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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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정치,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친인척을 중용한 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국가헌법센터에 따르면 족벌정치는 2대 대통령 존 애덤스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우드로 윌슨(28대),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등 10명의 대통령이 친인척을 기용했다고 한다.



20세기 이후 가장 유명한 네포티즘(족벌주의) 사례는 1961년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으로 앉힌 존 에프(F) 케네디, 1993년 아내 힐러리에게 백악관 직속 건강보험개혁 태스크포스를 맡긴 빌 클린턴의 사례가 꼽힌다. 케네디의 인사권 행사는 1967년 반족벌주의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과 트럼프가의 차이는 직책에 맞는 자격의 유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한다. 딸, 사위, 사돈, 며느리, 예비 며느리까지 두루 한 자리씩 주는 행태도 트럼프의 족벌주의가 독보적임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타임’ 인터뷰에서 “트럼프 다이너스티(Trump dynasty·왕조 혹은 특정 가문의 통치)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이 “매우 유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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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가족 및 캠프 관계자들과 무대에 올라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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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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