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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부친상 중 탄핵 표결하러 국회로…민주당 이기헌에게 온 특별한 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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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에스엔에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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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14일 당일 부친상을 당하고도 상복을 입은 채 투표에 참여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경기 고양시 일산에 마련된 아버지 빈소에 자리한 근조화환 사진을 올렸다. 화환 왼쪽 리본에는 ‘아드님께서 민주주의를 지킵니다’, 오른쪽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있었다. 통상 화환에는 보낸 이의 이름이나 직함·소속이 적혀 있지만, 이러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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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검은색 상복을 입고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온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헌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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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이른 아침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고 오후 탄핵표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 조화를 발견하고 큰 위로를 받은 듯 울컥했다”며 “장례식장에 조문 와주신 분들뿐만 아니라 제 에스엔에스, 유튜브, 기사 댓글로도 넘치는 위로를 받고 있다”고 썼다.



이어 “아버지께서 오늘 아들이 보낸 하루 끝에 수고했다 기뻐하시며 떠나셨을 거라 생각하며 힘을 내본다”며 “이 모든 여정에 함께 해주시는 동료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아버지는 12·3 내란사태 며칠 전 노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를 내색하지 않다가 표결 당일 아침 아버지 부고를 전했다. 이날 오후 이 의원은 검은 상복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 표결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저는 이제 아버지 장례를 치르러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산 (장례식장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썼다.



이 의원은 이어서 올린 글에서 “열흘 넘는 국회 비상대기로 의원회관 소파에서, 본회의장 책상 아래에서 선잠을 자면서도 병환 중인 아버지 곁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자식 된 마음에 무겁고 죄스러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15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이 올린 아버지 관련 게시물에는 위로와 고마움을 전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한 누리꾼은 “상중에도 국회로 향했을 그 마음이 아릿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훌륭한 아들을 국민들 품에 내어주신 아버님께 감사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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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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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아버지 고 이종율씨는 1938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나 전라남도 장흥에서 성장했다. 고인의 아버지이자 이 의원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 석방 직후 사망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도시락 크기 작은 목기에 담겨 돌아온 할아버지를 7살이던 아버지는 도시락으로 착각하고 배가 고프니 자신이 먹겠다고 했다가 혼이 난 기억”을 자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아버지는 강원도에서 작은 중국집을 운영했고, 이어 서울 관악구 봉천동으로 이주해 3남1녀를 키웠다.



이 의원은 “본인 일로 파출소 한번 안 가보신 분이지만 자식들의 사고(?)로 긴 시간 경찰서, 병원, 교도소를 다니셔야 했다”며 “(큰아들인) 저도 2년의 수감생활을 했지만, 둘째도 대학에 진학해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긴 수배 기간과 구속을 겪었다”고 했다. 셋째 남동생은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이상헌 감독이라고 한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아버지가 병환으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버지는)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노동운동을 하는 둘째와, 큰아들의 안위를 걱정하셨고 다시 잠을 못 이루시다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쓰기도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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