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전화' 받았다하면 구속…통화내용이 내란 수괴 혐의입증 근거되나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대통령의 전화통화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07./사진=조수정

'12·3 비상계엄' 수사 칼날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계엄과 관련해 직접 통화했던 군·경 수뇌부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이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통화 내용은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중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 산하 1공수여단과 3공수여단, 707특수임무단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시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총 2회 전화했다고 밝혔다. 첫 통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군의 출동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이후 국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을 앞둔 4일 오전 0시 30~40분 사이 이뤄진 두 번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문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 끌어내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조 청장은 비상 선포 직후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조 청장은 포고령이 발동된 3일 밤 11시부터 계엄이 해제된 이튿날(4일) 새벽 1시 사이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여섯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조 청장은 전화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법 위반이니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 체포하라'는 명령했지만 해당 지시를 모두 묵살했다고 했다.

16일 구속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도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검찰은 국회에 예하 부대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수 차례 전화를 받았고 마지막 2차례 통화에서는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 조사를 받은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밤에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국회의원과 주요 정치인을 체포할 것이니 국정원의 협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체포 대상 명단을 공유했다고도 했다.

검찰·경찰·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건의 총 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들은 군·경 수뇌부의 전화 통화 내용 진술을 비롯한 증거를 확보해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선포하고, 군 지휘부에 군 병력을 투입해 여야 대표 등 인사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