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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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농업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를 일단 보류했다. 애초 한 대행은 17일 국무회의에 이들 법안을 상정해 거부권을 의결하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전부터 정부와 여당이 반대 의사를 밝혔던 법안들이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오후 5시30분쯤 출입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한이 남아 있는 국회와 소통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을 들은 뒤 이번 주 중에 거부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일정 변경을 알렸다. 총리실이 언급한 기한은 6개 쟁점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21일을 가리킨다. 21일이 토요일인 만큼 정부는 20일까지 국회 논의를 기다린 뒤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총리실에선 한 대행이 법안 상정을 보류한 배경으로 여야와 정부 간 국정협의체가 가동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과거 쟁점 법안이었던 간호법을 처리할 때처럼 협의체 논의를 거쳐 법안 내 독소조항이 제거된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대행은 이날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회와 정치권의 협치, 협력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 국회의장 모두 포함하는 협의체가 발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여러 난제를 협의체에 올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의 이같은 발언은 언론에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6개 법안 내용의 변경이 없다면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김민석 최고위원), “권한대행으로서 입법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은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전현희 최고위원)”며 탄핵을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6개 법안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수용도 압박하고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재추진의 바로미터를 묻는 진행자의 말에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답했다.
한편 거대 야당이 다수 국무위원들의 연쇄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을 놓고 정부 내부에선 ‘국무회의 존속 위기론’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한 대행이 주재한 국무위원 간담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야당의 탄핵에 국무위원이 한 명이라도 더 사표를 내면 향후 국무회의 성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국무회의 구성 요건을 규정한 헌법 조항 때문이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 현재 정부 국무위원(각 부처 장관) 숫자는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의 공석으로 16명이라 구성 정족수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이다.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시 단 한 명의 국무위원만 빠져도 국무회의 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대행과 전·현직 국무위원 9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라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된 국무위원은 직무는 정지되나 인용 전까지 국무위원의 신분은 유지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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