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운데)가 15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저택에서 트럼프 부부와 만찬을 함께 했다. [사진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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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부와 15일(현지시간) 만찬을 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전 총리 부인이 트럼프 당선인을 먼저 만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아키에 여사와 함께 세 사람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당선인 자택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아키에 여사에 대해 “다시 모시게 돼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돌아가신 아베 전 총리를 그리워하며 훌륭한 업적을 기렸다”는 글을 남겼다.
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종종 “신조를 만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아베는 트럼프 타워로 곧바로 날아가 만났고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이후 두 사람은 총 51번에 달하는 회담을 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트럼프는 잦은 회담에서 친숙해진 아베의 통역사를 ‘작은 총리’라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날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한 마러라고 자택은 과거 트럼프 부부가 아베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아키에 여사에 대해 트럼프 부부가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과거 부부동반 만찬에서 아키에 여사가 술을 마다치 않고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트럼프가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는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가 테러로 사망한 뒤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만찬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미·일 관계와 일본 국내정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벌써부터 아키에 여사가 양국을 잇는 ‘파이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측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아키에 여사가 이시바 정권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아베 전 총리와의 악연을 감안하면 이시바 총리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시바는 ‘아베의 정적’으로 불렸을 만큼 자민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면서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부 지사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아베 전 총리는 이시바 총리를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이미 트럼프 측에 전해진 것 같다”며 “친구인 아베 전 총리가 이시바 총리에 대해 좋게 말하지 않았다면 트럼프로서는 이시바에 대해 당연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라인을 동원해 트럼프와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했다. 트럼프 측은 이시바 총리의 조기 면담 요청을 고사하면서 “정식 취임 전이기에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으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식 외교 루트를 통해 불발된 면담을 아키에 여사는 전화 한 통으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아키에 여사의 방미에는 정부 인사의 동행은 물론 경비 지원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16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000억 달러(143조6000억 원)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한다고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일자리 창출 계획도 함께 밝힐 계획이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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