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차기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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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재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00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과 브로맨스를 펼쳤던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저택을 찾았다. 일본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을 성사시키지 못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질책까지 나오는 가운데 탄핵 정국에 멈춘 한국 정상 외교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국 CNBC 등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이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이날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향후 4년간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다. 손 회장의 투자는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가 될 전망이다. 창출되는 일자리 수만 10만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그룹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 임기 때인 2016년에도 미국에 500억달러(약 72조원) 투자를 합의한 바 있다.
자금은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에서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비전 펀드를 비롯해 지분 90%가량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암홀딩스 등으로부터 다양하게 조달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발표됐던 미국 AI 개발업체 오픈AI에 대한 소프트뱅크그룹의 15억달러 투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15일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이었던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당선인과 차기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저녁식사를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로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 외교'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멜라니아 여사의 '영부인 외교'까지 시동을 걸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에 대한 '패싱'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한번 영접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적었다. 또한 멜라니아 여사는 "그의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애틋하게 기억하고, 그의 놀라운 유산을 기렸다"고 덧붙였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하루 전날인 14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아키에 여사와 트럼프 부부의 만찬은 미국·일본의 공식 채널이 아닌 트럼프 당선인과 아키에 여사의 개인적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가장 먼저 만났던 해외 정상이다.
일본 정부는 아키에 여사가 현직 총리보다 트럼프 당선인을 먼저 만나는 만큼, 그가 양국 관계 강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이번 만남이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내년 1월 취임 이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안보·무역 질서를 뒤흔들 공약을 쏟아낸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이 '줄 대기'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의 공약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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