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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파란만장 1년 한동훈, 이제 자기주도적 명운 시작됐다 [정치에 속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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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게 작년 12월 26일이다. 1년이 조금 안 됐다. 아마도 한 전 대표에겐 그 이전 평생 겪었던 것에 버금갈 만큼 시간의 밀도가 높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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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7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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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당 비대위원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설이 짙게 나온 건 작년 12월 초 무렵. 재보선 패배로 뒤숭숭한 여당을 수습하고 총선을 지휘할 인물로 꼽힌 건데,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는 강력한 해석이 곁들여졌다.

윤 정부 첫 법무장관으로서 ‘황태자’ 혹은 ‘2인자’로 불리던 시절이고 야당과 격돌하는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면서 보수의 차기 주자로 이미지가 각인된 때였다. 찬성과 반대, 극찬과 혹평이 뒤섞이는 상황에서 법무장관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했다.

‘비약’의 자리로 여겨졌던 비대위원장이었는데 해를 넘겨 이상 기류가 시작됐다. 일부 비대위원 영입을 둘러싼 친윤과 대통령실의 불편한 분위기, 김건희 여사 문제에 각을 세우는 발언과 그에 대한 반발, 영입 인사 공천을 둘러싼 갈등 속에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있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만남으로 갈등이 잠시 봉합되는 듯했지만, 친윤과 한 전 대표 혹은 윤한 대립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격화된다. 이종섭 대사 출국 논란을 거쳐, 비례대표 공천,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놓고서다.

여당의 총선 참패 직후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관심은 그가 7월로 잡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인지 아닌지로 쏠렸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윤 대통령에 있는지 한 전 대표에 있는지를 놓고 당내는 격돌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당권 도전에 나섰고 당대표로 정치에 복귀했지만,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는 한층 깊어졌다.

한 전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정책위원장 교체 건 등 새로운 갈등 요인이 계속 불거졌고,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만찬과 차담은 봉합은커녕 갈등을 더욱 부각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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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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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여당의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 한 전 대표의 당대표 사퇴로 여당 지도부는 무너졌다.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거다.

돌아보면 지난 1년 남짓 기간 한 전 대표에게는 늘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있었다. 윤심은 그를 밀어 올리기도 했고 그를 잡아 끌어내리기도 했으며, 그는 윤심을 넘어 뜻을 관철하려 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은 대개 한 묶음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제 탄핵안 가결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절됐다. 동시에 당대표 사퇴와 함께 정치 입문 이후 최대의 위기가 왔다. 앞으로 ‘대선 잠룡’ 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정치적 능력을 보여줄지, 여권이 그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다. 16일 한 전 대표는 국회를 떠나면서 지지자들에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사라진 한 전 대표의 진정한 자기 주도적 명운이 시작됐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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