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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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 대표를 사실상 쫓아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이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는 동안, 한 대표의 입장이 여러차례 바뀌며 혼선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며 곧바로 반대했지만, 이후 “탄핵 반대”→“조속한 직무정지 필요”→“질서 있는 조기 퇴진”→“탄핵 찬성” 등으로 갈팡질팡하며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4일 새벽 국회의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과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한 대표가 상당 부분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한 대표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쫓겨나면서 국민의힘은 ‘내란 옹호당’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치와 전통을 수호하는 것이 보수의 정신이다. ‘내란’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보수의 반역자’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배신자” “민주당 부역자”라고 몰아붙이며 윤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 서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인가. 국민의힘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궤멸’을 반복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보수 궤멸’은 그때 탄핵에 동참해서가 아니라, 탄핵 이후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또 국민이 수십년간 일궈낸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 질서를 파괴한 비상계엄 사태는 그 위헌·위법성이 국정농단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집권당으로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도 부족할 판에 핵심 지지층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국민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민심의 흐름에 역행하고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몰두하는 것인데, 그것이 국민의힘에 과연 유리하기는 한 건가. 지금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국민의 마음에 국민의힘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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