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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여적]한동훈의 ‘5개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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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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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대통령 윤석열과의 관계 속에서 주목받아왔다. 검찰에선 윤석열의 오른팔이었고, 윤석열 정부에선 초대 법무장관에 발탁된 ‘황태자’였다. 정치 데뷔도 지난해 12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대표를 ‘꽃마차’에 태워줬다. 하지만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틀어졌다.

한동훈이 7·23 전당대회에서 압승한 배경에는 윤석열이 있었다. 친윤이 한동훈을 ‘배신자’라고 공격했지만, 윤석열 부부에 실망한 당원과 변화를 바라는 지지층은 그를 원했다. 미래권력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대표이자 차기 대선주자로서 윤석열과의 완전한 차별화를 해내지 못했고, 민심에도 순응하지 않았다. 주요 국면마다 결기·소신·정치력 부족을 드러냈고, 소통과 설득 능력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약속 불이행은 그렇게 오락가락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한동훈은 12·3 불법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일주일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계엄 선포 직후 “위헌·위법한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겠다”며 계엄 해제를 지지했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다. 그러다 돌연 ‘질서 있는 퇴진’으로 후퇴하더니, 다시 ‘탄핵 찬성’으로 돌아왔다. 여당 의원 12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것에 한동훈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찬성표 숫자는 20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친한계 의원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동훈이 16일 당대표직에서 146일 만에 씁쓸히 사퇴했다. 그는 친윤계의 사퇴 압박에 “비상계엄을 내가 했느냐”며 대표직 수행 의욕을 보였지만, 친한계 장동혁·진종오를 아울러 최고위원 5명이 다 물러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졌다. 한동훈은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탄핵 찬성 입장에는 “지지자를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훈은 지지자를 향해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향후 정치 행보를 계속하겠단 뜻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미래는 안갯속이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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