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을 잘 설명한다. 국가는 국민이다.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권력자는 민주공화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 밤 윤석열은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내란을 일으켰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무장 군대를 난입시켜 주요 정치지도자들을 체포하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계엄포고령을 발표했다.
국회를 제1차 점령 목표로 삼은 목적은 매우 불순한 것이고, 반(反)헌법적인 것이었다.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최정예 부대를 동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최악의 친위 쿠데타이고, 내란 시도다.
다행히 국회가 민첩하게 대응했고, 시민들이 몸으로 장갑차를 막았기 때문에 조기에 사태가 수습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란이 성공했다면,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구금되었을 것이고, 언론도 계엄군에 의해 장악되었을 것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줄줄이 포고령 위반으로 연행되었을 것이다. 복귀를 거부하고 있던 전공의들도 연행됐을 것이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은 명백하게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국회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국민들을 ‘처단’ 대상으로 삼았다. 단지 그 시도가 실패했을 뿐이다.
윤석열은 ‘반국가세력’ 운운했지만, 자신이 일으킨 내란이야말로 반(反)국가적인 행위다. 입법기관인 국회를 사실상 마비시키는 등 헌정질서를 파괴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은 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내란죄를 저지르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와 진술들이 있는 상황에서 내란임을 부인하는 것은 살인을 보고도 살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길 만한 것을 우겨야지, 무장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을 보고도 내란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매우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특전사령관에게 전화해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내란이 아니란 말인가? 특히 법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일부 학자나 변호사들이 ‘내란죄’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스스로 ‘타락한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암세포를 확인한 의사가 암이 아니라고 우기는 게 가능한가? 내란을 보고도 내란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고, 법리를 외면하는 것이다.
시민사회 영역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이들은 실질적인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것은 국가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반(反)국가적인 행태다.
그래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대다수가 내란죄를 부정하면서, 내란수괴의 탄핵에 반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내란을 일으킨 자들을 옹호하는 것이 인정된다면, 어떻게 민주공화국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민주공화국에는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폭력적으로 헌정질서를 전복시키려고 한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 그것은 반(反)국가세력이다. 이들은 히틀러의 나치당과 다를 바 없다.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당은 1932년 선거에서 30%가 넘는 지지로 제1당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히틀러는 독일 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정치적 반대파들을 제거해 나갔고, 국회를 무력화시켰으며, 결국 일당독재로 나아갔다. 이런 히틀러의 행태와 윤석열의 행태는 상당히 많이 닮았다. 선거로 집권한 후에,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독재의 길로 나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의 보수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반(反)국가세력과 단절하는 것이다. 이번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1인시위까지 한 김상욱 의원이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줬다. 한국에는 반(反)국가세력이 아닌 보수가 필요하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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