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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中 아그레망 받고도 부임 못하는 김대기 … 韓외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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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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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지 사흘째가 됐지만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순식간에 무너진 외교 채널은 쉽게 복원되지 않고 있다.

15일 한 권한대행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전화 통화가 성사됐지만 미국의 불신은 여전한 데다 중국·일본 등 주요국과 외교 채널이 장기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중 대사 임명과 신임장 수여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주중 대사 임명건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간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여야 사이에 낀 '넛크래커(nutcracker)' 처지에 놓이면서 주요국 대사 임명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여야정 협의체가 출범하면 이 같은 외교·안보 현안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외교가에서는 김 전 실장의 주중 대사 부임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김 전 비서실장의 부임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탄핵당한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공관장'이 취임한다고 해도 중국에서 활동이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김 전 실장의 대사 부임이 녹록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12일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 이유 가운데 하나로 중국의 국내에서의 간첩 활동을 들었다. 중국의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즉각 반발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김 전 실장에 대한 '아그레망(외교사절 파견에 대한 주재국의 사전 동의)'을 이미 내줬다는 점이다. 아그레망은 통상 형식적 절차로 간주되지만, 아그레망을 받고도 대사를 임명하지 않는 행위는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다만 '탄핵 정국'이라는 한국 내부 상황을 중국이 감안할 가능성은 있다.

대일 외교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초 양자 외교 일정으로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해당 계획은 보류됐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 방문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1월 중 방한을 추진하고 있었다.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 새 정부와의 외교라인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국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대미 외교에 밝은 한 소식통은 "트럼프 측과 소통은 이뤄지고 있지만 외교 이벤트에 대한 협의는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을 때 권한대행이 외국 정상을 직접 만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재집권에 앞서 빠르게 대북 외교 판을 짜기 시작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 업무도 관장하는 '특별임무대사' 자리에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권한대행 체제로는 한국의 입장을 원활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공들여온 'G7(주요 7개국) 플러스' 참여에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외교 소식통은 "올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며 "국제사회는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G7 플러스 참여를 거론하기가 굉장히 민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국제 무대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가 손상된 측면이 있어 이를 회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G7 플러스 참여를) 일관되게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17일 G7, 유럽연합(EU) 주한 대사를 만나 국내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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