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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연금과 보험

갈아타기 가능해진 퇴직연금 A to Z 수수료·수익률·적립금 모두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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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종전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사로 옮겨갈 수 있는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며 ‘연금 갈아타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낮은 수익률로 퇴직연금 계좌 이전을 고민했지만 보유 중인 상품을 모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단념하고 있던 직장인들의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자들이 연말에 많은 만큼 퇴직연금에 이들을 가입시키려는 금융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윤종신, 아이유, 변우석 등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가 하면 IRP 가입 시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경쟁도 과열됐다.

이렇듯 최근 연금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도 엄밀히 말하자면 퇴직연금 이전은 가능했다. 다만 달라진 부분은 이젠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에 운용 중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 이전할 때 보유 중이던 금융상품을 매도해서 현금화하는 부담이 있었다.중도해지로 인한 이자 손실, 매매수수료 등은 개별 가입자가 부담해야 했다. 이전 절차도 복잡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낮은 수익률에도 갈아타기를 망설였던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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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젠 옮기고 싶은 금융사 계좌를 개설하고 이전 신청서를 내면 이전이 쉬워졌다. 옮기려는 금융사에서 실물이전 가능 상품 목록과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금융사가 가입자의 최종 의사를 재확인한 후 실무 이전을 진행하고 결과를 알 수 있게 됐다. 운용하던 상품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이들도 중도해지로 인한 손해 걱정 부담을 덜어내고 상품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 제도가 초창기인 만큼 제도가 자리 잡기 전까지 가입자들의 혼선도 예상된다. 퇴직연금 이전과 운용 관련해 가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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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퇴직연금이란 근로자가 직장을 다니는 동안 회사가 근로자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제도다. 적립금을 사용자(DB) 혹은 근로자(DC)가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퇴직 시 연금 혹은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퇴직급여를 회사 내부에서 관리하는데, 이와 별도로 보다 안전하게 외부 금융기관에서 적립 및 운용하는 퇴직급여가 바로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DB)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 제도다. 사용자는 퇴직연금 부담금을 적립하여 자기 책임으로 운용한다. 기업이 낼 부담금은 운용 실적에 따라 변동된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가 납입할 부담금이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총액 1/12로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제도다. 근로자는 직접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여, 적립금과 운용수익을 퇴직급여로 받는다,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운용성과와 추가납입에 따라 변동된다.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는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하면서 지급받은 퇴직급여를 한 계좌로 모아 노후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 통산장치(전용계좌) 제도다. DB형과 DC형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설정한다. 반면 IRP는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DB 또는 DC가 설정된 사업장의 근로자도 노후대비를 위해 추가로 IRP에 가입할 수 있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하다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등 노후설계도 가능하다.

생애주기 고려해야
퇴직연금 실물이전으로 은행의 상품까지 증권사로 손쉽게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 가입자의 관심은 수익률과 상장지수펀드(ETF)에 쏠리고 있다. 통상 ETF로 직접 퇴직연금을 굴리고 싶은 가입자에겐 증권사를 추천한다. 은행과 보험사가 기존에 ETF를 많이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부 상품은 은행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각 금융사의 판매 상품을 확인해야 한다. 은행도 주식형 자산자산 투자 상품을 늘리고 있다.

또 증권사는 ETF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지만 아직 은행은 안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수익률에 대한 관심도 높다. 회사별로 수익률이 10%포인트대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보단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서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회사별 수익률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국가가 퇴직연금 설계 시 최소 30%를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 투자도 중요하다. 따라서 방어형 안전자산 설계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수익률에만 매몰되선 안되는 이유다. 또 DC형이나 IRP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에 관여하지 않고,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가입자의 투자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김필선 KB골든라이프 은평연금센터장은 “간혹 단기수익률만 보고 옮겼다가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노후준비 자산인 연금 상품은 장기로 유지하며 꾸준히 불려가야 하므로, 단기수익률보다는 장기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운용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기수익률은 종목 선택이나 매매 타이밍보다는 자산 배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위험도가 상이한 여러 자산으로 배분하고, 투자원칙을 지켜 투자해야 시장 급변에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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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령 시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 즉 가입자의 연령대도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2030세대의 경우 실제 55세 이후 퇴직까지 손실 회복 가능한 시간이 많은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주식 등 다소 공격적인 투자도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은퇴가 실제 가까워진 4050세대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젊었을 때 대비 적게 가져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초기엔 적립식 투자를 통해 가격이 낮아졌을 때 낮은 가격에서 계속 추가 매수를 진행해 수익을 얻어내며 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새로 쌓이는 투자금으로 매달 투자 상품을 매수하는 식이다. 이 경우 변동성이 낮아진다.

반면 연금 수령 단계에선 수익률뿐 아니라 실제 퇴직연금에 남은 금액의 총량도 고려해야 한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남은 금액이 적으면 수익금액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익률에만 매몰되선 안되는 이유다.

안정적인 분할투자 중요
전문가들은 퇴직연금도 기본은 분할투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후 대비를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두 계좌에 월 납입액을 정해서 분할투자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의 경제 상황과 미래 계획 등을 고려해 조금씩 부담없이 납입 가능하고, 매달 새로운 투자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한 번에 납입을 진행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퇴직연금을 수익률뿐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성을 고려해 운용해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법이 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법적으로 전체 자산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등 주식 비중이 절반 아래인 상품을 담아야 한다.

류연서 KB골든라이프 평촌범계연금센터장은 “실물이전제도를 계기로 운용사마다 추가 상품을 계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대한 상품 중 잘 맞는 상품을 자신의 투자성향과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 범위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잦은 매매와 유행에 휩쓸린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개인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투자 어려운 사람은 디폴트옵션 상품을 활용해 퇴직금을 운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사업자마다 고유의 포트폴리오가 있어서 실물이전 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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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지난 10월 31일부터 시작됐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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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투자는 연금저축
연금저축펀드는 ‘위험자산 70%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100% 주식 투자도 가능하다. 소득 있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만 가입 가능한 DC형과 IRP와 달리, 연금저축은 주부 등 소득이 없는 자도 가입 가능하다. 연금저축도 IRP처럼 납입 금액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고 순이익에 대한 세금은 인출 시 과세한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이 600만원, IRP가 900만원이다. 둘이 합쳐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가능하다. 상품군은 통상 IRP가 더 다양하다. 금융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연금저축펀드에선 담을 수 없는 예금이나 ELB 등 원금보장 상품 등도 매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에서 허용하는 특별 사유(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부담, 개인회생과 파산 등)를 제외하곤 중도인출이 어려운 IRP와 달리, 연금저축은 적립금 중도인출도 쉽다.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정인호 부부장은 “적극적인 투자성향의 투자자는 연금저축을, 보수적인 운용은 IRP를 고려할 수 있다”며 “장기 상품이다 보니 잘 운용하고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해지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혜령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연구위원도 “퇴직금 등 목돈을 장기적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운용할 목적으로 IRP를 활용하고, 개인의 투자선호를 반영한 적극적 투자를 연금저축펀드로 분배해야 한다”며 “낮은 투자비용으로 자산배분을 실행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낮은 비용은 장기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때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점을 고려해 퇴직연금을 운용하고자 퇴직연금을 이전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점이 있다. 먼저 유의할 점은 가입자가 보유한 상품을 신규 사업자도 판매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가입자가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 은행으로 이전하고 싶어도, 옮기려는 은행에 해당 ETF 상품이 없으면 전처럼 현금화하고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기관과 옮겨가는 기관이 공통으로 판매하는 상품만 실물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물이전 가능 상품과 불가 상품이 포트폴리오에 섞인 경우, 실물이전 가능 상품만 실물이전이 된다.

아예 실물이전 불가한 상품도 있다. 퇴직연금계약은 신탁계약과 보험계약으로 나뉘는데, 보험계약으로 체결된 퇴직연금의 경우 실물 이전이 불가능하다. 사용자가 운용관리 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하는 ‘언번들형 계약’을 한 가입자도 실물이전이 불가하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체 상품(디폴트옵션), 지분증권, 리츠, 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 종금사 발생어음, 환매수수료가 있는 펀드, 환매불가 펀드 등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동일한 유형 간 회사를 변경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DB형과 DB형·DC형과 DC형·IRP와 IRP 간 이전만 가능하다. 특히 DC형은 기업과 계약된 퇴직연금 사업자 사이에서만 이전 가능하다. 즉 회사가 지정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확인하고 그중에서만 선택 가능하다는 의미다.

수수료도 확인해야 한다. DC형은 수수료를 회사에서 내준다. 그러나 추가납입하거나 IRP에 가입한 수수료는 개인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개별 업체 수수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동종 금융기관 연금사업자를 선택할 땐 금융기관별 퇴직연금 적립금, 공공기관 주간사 최다 사업자, 연금 운용 수익률 등을 골고루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수한 신한은행 퇴직연금솔루션부 수석은 “시장 상승기라면 투자상품의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의 연금 수익률이 우수하고 시장 하락기에는 반대가 된다. 또 비용이 적거나 심지어 없다면 장기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금 운용의 안정성, 양질의 자산관리를 위한 네트워크 및 접근성,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위한 연금 전용 고객관리센터나 전문 콜센터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나에게 맞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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