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티눈 제거 모습. /조선일보DB |
발바닥에 난 티눈을 치료하겠다며 30억원 넘는 보험금을 수령한 가입자의 보험 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보험법 리뷰-티눈 수술보험금 부정 취득 관련 판례 검토’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 A씨는 18건의 보험에 가입한 후 5개 보험회사로부터 총 30억원이 넘는 수술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의문을 품은 보험회사들과 2017년부터 8건의 소송이 진행되었는데, 처음 4건은 보험회사가 패소했으나 작년 5월부터는 보험회사 승소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2013년부터 질병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회당 30만~4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무렵부터 발바닥 티눈 치료를 목적으로 20여군데 병원에서 3933회의 냉동응고술을 시술받은 후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냉동응고술은 티눈 등 병변부를 냉동 손상시켜 조직 괴사를 발생시킴으로써 괴사 조직이 탈락되고 새로운 조직이 재생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다.
8건의 소송에서 보험회사의 승패를 좌우한 건 A씨가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따라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것인지였다.
처음 2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하고, 과도한 보험료를 청구하는 등 의심할 만한 사정은 있지만 티눈은 재발이 쉽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023년 5월 판결에서는 ▲A씨의 수입 대비 보험료가 과다하고 ▲단기간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병명‧치료 내역에 비해 치료 횟수와 기간이 잦고 길며 ▲지급받은 보험금이 지나치게 과다한 사실 등을 통해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인정했다. 또한, A씨가 인접하지 않은 지역의 병원 20여군데를 옮겨 다니며 요일별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았고, A씨의 아버지도 같은 시술로 다액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도 보험회사에 유리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양승현 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 판결과 후속 판결에서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인정해 보험계약을 무효화한 것은 사실관계 및 보험계약의 선의성과 보험단체 구성원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타당한 결론으로 사료된다”며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추인하는 근거로 열거된 간접 사실들은 향후 다수 보험계약 관련 분쟁에서도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보험회사들은 소송 경과를 지켜보고 관련 사항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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