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의혹 후 朴은 단 한 번도 여당·보수 진영 붙잡은 적 없어
고개 숙이고 홀로 돌 맞아
이번엔 尹이 전선을 만들고 있다
비상계엄·부정선거론에 대해 보수에게 묻고 있다 “동의하나”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反問으로 이 본질적 질문 비켜갈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정운영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사진은 2023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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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거부한 마당에 그 직무를 정지할 다른 방법이 없긴 했다.
그래도 탄핵은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계속 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 국군을 통수하고 행정부를 통솔할 수 있겠나? 주식·외환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 단단히 화가 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긴밀한 정상(頂上) 외교가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나”라고 여러 번 물어봤다. 제대로 된 답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격앙된 보수 지지자들이 ‘미우나 고우나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또다시 끌어내릴 순 없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 고 대답할 땐 그 심정이 이해가 가긴 했다. 하지만 경제와 안보가 보수의 강점이자 요체라고 늘 주장하던 여당 중진 의원도 같은 소리만 해댔다.
어쨌든 탄핵은 가결됐다. 탄핵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던 일반 여론과 달리, “어쩔 수 없다”와 “그래도 안 된다”로 엇갈린 보수 여론과도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결로 똘똘 뭉쳤다. 108명 의원 중에 최소 12명이 찬성한 것으로 해석되니 아홉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절반가량이 가결표를 던진 것과는 사뭇 다르다. 탄핵 가결 직후엔 그 책임을 물어 한동훈 대표를 끌어내려 사실상 ‘친윤 단일 대오’ 체제를 만들었다. 홍준표 시장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다 색출해 쫓아내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당시와 달리 똘똘 뭉친 단일 대오의 외양을 갖췄지만 이제 국민의힘은 더 큰 질곡을 겪을 것이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여러모로, 너무 다르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박근혜는 단 한 번도 여당이나 보수 진영을 붙잡지 않았다. 루머와 과도한 법리 앞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홀로 돌을 맞았다.
탄핵 심판, 형사 재판, 옥고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에 이른바 친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온갖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고 할 때도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삿대질과 책임 공방이 난무했지만 새누리당 분당 3년 만에 미래통합당의 이름으로 통합하고 탄핵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올 때까지 박근혜의 절제와 침묵이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다르다. 탄핵 표결 이틀 전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선관위 군 투입에 대해선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부정선거론에 불을 붙였다.
박근혜를 둘러싼 분열은 ‘그의 잘못이 얼마나 크냐’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제 윤석열에 대한 갈등은 ‘계엄은 정당하고 부정선거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본인이 직접 그 전선을 만들고 있다. 계엄의 실행 리더 격인 전 국방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며 이를 수사하는 것이 내란”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제 국민의힘과 탄핵을 반대했던 보수 진영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최순실에 대해선 “몰랐다. 막지 못해 죄송하다”로 버틸 수 있었지만 비상계엄과 부정선거론에 대해선 ‘생각’과 ‘판단’을 밝혀야 한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동문서답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탄핵 심판의 단일 쟁점은 비상계엄에 대한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나가서 계엄은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하는 동안,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지속적으로 입장 발표를 요구받을 것이다. 의총장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대통령을 외롭게 해드려서”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민주당 때문에, 한동훈 때문에” “부정선거에 대해 여러 의혹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국민들 앞에서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광화문 광장 강성 보수층의 손을 잡았다. 국민의힘도 합세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언론, 기업, 법조계, 의료계의 전통적이고 합리적 보수층들은 팔짱을 끼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 나라들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과 보수 주류가 윤석열과 광화문의 손을 잡지 않으면 힘든 길이 시작될 것이다. 배신자론이 창궐할 것이다. 하지만 힘든 오르막을 선택하는 것 말고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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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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