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여기는 이스라엘]
지난 9일 이스라엘군이 헤르몬산 정상에 주둔한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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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수장 아부 모하메드 알줄라니가 14일 “시리아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한계를 넘어 위협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더 이상 공격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지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군사 시설을 공습하는 등 연일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이스라엘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무단 주둔을 중단하고 휴전과 안정을 저해하는 어떤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지대에 주둔하는 것은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이 지역에서 철수하고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시리아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군사 활동을 강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헤르몬산(山) 점령이라는 오랜 목표 때문이다. 헤르몬산은 이스라엘·레바논·시리아의 국경 지대에 있다. 약 700㎢ 면적을 세 나라가 나눠 통제하는데, 최고봉(해발 2814m)은 시리아 영토에 있다. 헤르몬산은 본래 시리아 영토였으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일부를 점령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초반 시리아가 탈환했다가 이스라엘에 다시 빼앗겼다. 1974년 휴전과 동시에 전쟁 이전 시리아가 통제하던 지역은 다시 시리아에 반환됐다.
그래픽=양진경 |
이스라엘은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지난 8일 비무장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정상을 장악했다. 1974년 휴전 이후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에 진입한 것은 50년 만이다. 그동안 이 지역은 유엔평화유지군 통제하에 있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3일 “우리 군대가 이번 겨울 내내 이곳에 주둔할 것”이라며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헤르몬산 봉우리를 지키는 것이 안보 면에서 매우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헤르몬산 정상을 탐내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레바논과 시리아 영토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헤르몬산을 ‘국가의 눈’이라 부르기도 한다. 헤르몬산 정상은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 남부와 맞닿아 있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35㎞ 떨어져 있다. 정찰·감시뿐 아니라 유사시 포격도 가능한 거리다. 또 산악 지형의 특성상 전투원이나 첩보원이 은신하기도 용이하다. 이스라엘 공군 퇴역 조종사인 나프탈리 하조니는 X에 “헤르몬산은 이스라엘 특수부대와 첩보원에게 완벽한 엄폐를 제공한다”며 “그들은 어둠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유롭게 시리아를 오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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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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