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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정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들이던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최종 발표를 앞둔 체코 원전 수주는 물론 잇따른 수주로 기세를 올렸던 'K방산'도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임 정부의 탈원전 '트라우마'에서 이제야 벗어난 원전산업은 다시 기로에 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건설사업이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원전사업의 경우 계약 금액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만큼 '국가 대 국가' 계약의 성격이 강하다. 업계는 국내 탄핵 정국이 빌미가 되어 본계약이 영향을 받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사업은 불확실성이 있고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업계가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실 '플랜 B'도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각자 맡은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더라도 원전산업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탈원전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현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은 다소 경감될 수 있으나 문재인 정권 때만큼 원전을 배제하는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며 "원전의 경제성,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체코와의 계약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 체결과 관련된 일정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체코는 빠르게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고, 경쟁사와 달리 한수원이 원전 완공 시점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원전 수출 계약은 탄핵 정국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전산업 부흥을 추진하던 정부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연내 국회에 보고를 마쳐야 하는 11차 전력수립기본계획(전기본)부터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11차 전기본은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 국회 보고를 마치는 대로 신규 원전 건설 용지를 물색하며 원전 확대를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050년 중장기 원전 로드맵 역시 탄핵 정국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과 함께 대표적인 윤석열표 정책인 K방산도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군이 사용할 주요 무기 구매와 개발사업의 결정이 미뤄질 뿐만 아니라 수출 마케팅에서 필수적인 정부 지원의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백을 틈탄 외국 경쟁사들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지난 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 사업장을 방문하려다가 비상계엄 사태로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있는 정부 교체기에 잠깐 수출협상의 끈이 느슨해진 틈도 비집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큰 구멍이 난 것"이라며 "우리나라 업체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과 신뢰로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으로 지체된 상태인데 이번 탄핵 정국으로 사업 진행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올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에 구축함 건조가 시작돼야 했지만 현재 표류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업체와 협의해오던 다양한 방안은 이해관계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었는데 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세를 올리던 K방산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 마케팅은 정부와 업체가 '원팀'으로 상대국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데 권한대행 체제에선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연내 폴란드와 현대로템 간에 K2전차 2차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로템 측은 "정부 간 문제는 아니고 일부 디테일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두원 기자 / 이종화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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