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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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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류·회화 문화유산’ 수리복원 절실…‘영남권 수리복원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대구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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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달 28일 ‘보이는 수리복원실’ 앞에서 일제강점기 근대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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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 1층 ‘보이는 수리복원실’ 앞.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 중 30여명이 대형유리 너머에서 진행 중인 조사·분석 작업을 생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복원실에 있던 학예연구사는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현미경과 자를 번갈아 들고 작품을 꼼꼼히 살폈다. 연구사 뒤편에는 칼이나 수리복원용 붓과 같은 도구를 비롯해 아교와 염료, 장황직물 등 재료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관람객 가운데 한 사람이 유리 앞에 놓인 고정식 마이크를 통해 지금 진행 중인 작업에 관해 물었다. 이에 학예연구사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관람객들을 바라보며 답변에 나섰다. 그는 현재 수리복원이 진행 중인 작품과 절차, 의미 등을 조목조목 소개했고 관람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화답했다.

올해 대구에 둥지를 튼 대구간송미술관이 영남권 지류 및 회화 문화유산의 ‘수리복원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 지역에는 관련 문화유산 규모에 비해 복원 등을 위한 전문기관이 없었다.

대구간송미술관에 따르면, 지류·회화 문화유산은 바탕재료가 종이나 직물인 문서·책·그림·서예 등을 의미한다. 특히 지류·회화 유산은 세월의 흐름 등에 의해 물리 및 화학적 손상 등이 일어나기 쉽다. 수리복원은 손상된 문화유산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처리해 원형에 가깝게 되돌리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 기술을 가진 장인 등과도 협업해 고증에 만전을 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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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1층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학예연구사들이 지류·회화 문화유산에 대한 수리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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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류·회화 문화유산의 떨어져 나간 부분은 경계 부위에서 미량의 시료를 떼어내 정밀 분석한 뒤, 유사한 재질로 메우는 식으로 복원이 이뤄진다. 실제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전에서 선보인 ‘동국정운’은 한지 장인과 협업해 현재는 맥이 끊긴 전통종이인 ‘고정지’라는 재료를 복원해 결손부를 메웠다.

이하나 대구간송미술관 책임학예연구사는 “수리복원실에서는 과학적 분석장비를 이용해 손상된 문화유산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어떤 상태인지를 면밀하게 조사한 후 수리복원 계획을 세운다”면서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하고 진찰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지류·회화의 수리복원은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보존하기 위한 족자·화첩·병풍 등 ‘장황’(표구)을 손보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작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낡은 옷’을 갈아입히는 절차도 수리복원에서 빠질 수 없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영남지역이 유교 문화의 산실인 만큼 지류·회화 유산이 많아 수리복원 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영남권 향교·서원·문중·사찰·성당 등의 기록물이 다양하고 책이나 문서, 그림과 같은 문화유산이 많이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는 지류 및 회화 문화유산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공공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 분야의 수리복원이 가능한 기관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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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전경.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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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간송재단은 대구에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수리복원실 2곳을 설치했다. 특히 대중에게 문화유산의 복원 과정을 적극 알리고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마련했다.

나머지 복원실에서는 비단을 염색하거나 보수용 종이를 뜨는 등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세척실이 별도로 마련돼 보다 전문적인 복원이 가능하다. 이 미술관은 당초 전문 학예연구사 2명으로 수리복원을 진행했지만, 내년 1월에는 인력을 4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 9월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개관 기념 전시회 ‘여세동보’ 기간 중 대구시 문화아카이브가 소장한 일제강점기 근대 자료(윤복진 기증) 14건의 수리복원을 진행했다.

현재 이 미술관은 대구지역 공공기관이 소장 중인 지류·회화 문화유산의 수리복원 수요를 파악 중이다. 앞으로 대구·경북의 기관과 문중, 사찰, 개인 소장품까지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특히 기관이 아닌 곳에서 보존되는 ‘수리사각지대’에 놓인 비지정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복원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역 문화유산 수리복원에 대한 가치가 큰 만큼,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도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 협력해주길 희망한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지류·회화유산 수리복원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와 설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 문화유산 수리복원의 허브로서 공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전시회 ‘여세동보’에는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미술관은 상설전시회를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임시 휴관할 예정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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