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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허영의 이슈 진단] 2차 탄핵안 표결 통한 국정 혼란 수습이 가장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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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혼란 해소책은



중앙일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으로 반복적인 공직자 탄핵과 특검 공세를 펴며 판을 더 키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당은 위헌 시비를 초래한 당 대표의 오락가락 언행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검·경·공수처 등 모든 수사기관이 경쟁하듯 대통령을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겠다고 다투는 형국이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인신 체포까지 언급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좌우로 갈려 거리 집회에 나섰고, 정치 혼란 와중에 선량한 시민과 영세업자의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언급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엄격히 따져 헌법이 정한 발동요건을 온전히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적으로 매우 현명하지 못한 실축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의 확정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기사회생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질서있는 퇴진’ 헌법정신 위배

여당 정정당당하게 투표해야

가결되면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결원 헌재 재판관 속히 채워야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병행하고

국회의원 선거 동시 실시도 필요

중앙일보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 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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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청을 수용해 해제한 행위를 두고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민감정과는 별개로 법적 요건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대통령의 구체적 행위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 형법상 내란죄는 고의로 국가 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계엄 이후 담화를 통해 대통령은 고의로 모든 국가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오히려 국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실패한 군사정변(쿠데타)이 대표적인 내란죄다. 다만 세계 헌정사를 살펴보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잉 ‘국가 긴급권’ 행사에 대해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 성립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통령 정상적 국정 운영 불가 상황

지금의 정치 상황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대 야당은 검사와 장관에 대해 16회 탄핵을 남발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무력화했다. 그에 더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악용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실·검찰·경찰 등 주요 행정기관의 불가피한 특활비 예산 등 4조10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해 국정 수행을 어렵게 했다.

국책사업인 대왕고래 석유 시추 예산도 거의 삭감해 산유국의 꿈이 무산될 위기다.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해 헌정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계엄의 법적인 요건 충족과는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법적으로 보면 현 상황을 비상계엄이 필요한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내란죄와 직권남용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려는 검찰·경찰·공수처의 수사권 쟁탈전은 자칫 과잉으로 볼 여지도 있다. 수사권 남용 논란도 있다.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해 국정을 완전히 마비시킨다면 또 다른 위법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여러 가지 범죄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조차 못 한 수사기관들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현 시국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고 해서 내란죄로 단죄하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국정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임기가 끝나면 주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통치원리다. 여론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자칫 중우(衆愚) 정치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독일 태생의 세계적 여론학자인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이 ‘침묵의 나선 이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여론은 시시각각 변한다. 사회적 압박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중이 목소리 큰 쪽의 의사에 동조하거나 침묵해 자기 의견을 숨기는 현상 때문에 여론이 항상 전체 국민의 뜻을 표현한다고는 볼 수 없다. 침묵하는 다수를 포함해 전체 국민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국민투표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요 정책을 수행할 때마다 국민투표 절차를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의기관이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대의민주주의가 불가피하다.

비상계엄의 합헌적 대응 수단은 탄핵

요건 불비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유일한 합헌적인 대응수단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임기 전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은 저항권 행사다. 따라서 지금 전개되는 국민 저항권 행사의 양상에 따라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완전히 잃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전에 여당 대표나 야당이 무조건 직무 정지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반헌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여당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 방안도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본다.

14일로 예고된 국회의 2차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이고 합헌적인 방법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번처럼 소극적으로 불참할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 헌법이 명령한 대로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길인지 심사숙고하고 투표해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 절차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부결되면 민주당도 반복적인 탄핵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국회에서 두 번이나 폐기 또는 부결된 탄핵안을 반복해 강행하는 것은 탄핵소추권의 남용이다.

탄핵과 개헌, 투 트랙으로 병행해야

국회의 탄핵 절차와 별개로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탄핵과 개헌이라는 두 수습책은 선택이 아닌 투 트랙으로 병행해야 할 핵심 과제다. 탄핵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지만, 개헌은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정된 탄핵표결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여야는 하루속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개헌안은 당리당략을 떠나 1987년에 개정한 현행 헌법의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수많은 문제를 모두 바로잡는 내용이어야 한다. 개헌안을 미리 마련해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가 인용 결정하면 그 후에 치러질 조기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더라도 개헌을 통해 이번 사태를 유발한 모든 헌법적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는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 이외에 대선 결선투표제와 4년 중임제 및 다음 국회의원 선거 시기와의 조정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하도록 맞춰 다시는 22대 국회와 같은 거대 정당의 출현을 막고 여야가 균형 있는 세력 분포로 합리적인 견제와 타협을 통한 의정 활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공약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이참에 폐지하고 면책특권도 제한해야 한다. 선거구 분할의 전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겨야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권도 제한해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 또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기각된 경우에는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탄핵심판과 같은 중요한 심판권을 갖는 헌재는 민주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재판관의 선출 방법도 국회 선출로 바꾸고, 하루속히 3명의 결원 재판관 자리를 채워야 한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모든 법관이 사명감을 갖고 시류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헌법이 정한 대로 양심·헌법·법률에 따라 중요한 현안 계류 사건을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재판하는 것은 사태 수습에 큰 도움이 된다. 끝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자세가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사태 수습책이다. 모든 국민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아 사회 혼란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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