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암투병 조지호 경찰청장 "尹에 3번 항명… '안가 회동' 고백 못한 것 후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말한 3번의 항명>
①방첩사 지시 정치인 체포 위한 위치추적
②계엄사 지시 국회의원 등 국회 전면 통제
③尹 6회 직접 통화로 "의원 끌어내" 지시
한국일보

조지호 경찰청장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경찰청·소방청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란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한 조지호 경찰청장이 경찰 조사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욕심도 없고 소신껏 살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은 1년 가까이 암 투병 중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계엄 해제 이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와 안가 회동 등을 털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명령 불이행으로 계엄이 실패한 것에 대해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했다"며 "그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을 봤어야 했는데, 후회되고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이날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로 김 청장과 함께 불려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 받았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지시대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해 계엄 해제 결의 요구안을 의결하려는 의원들 출입을 막은 혐의가 있다.

조 청장은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윤 대통령 지시를 3차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세 번의 항명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정치인 체포를 위한 위치추적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의 지시로 국회 전면 통제 △윤 대통령이 직접 6번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로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 등이다.

조 청장은 3일 저녁 7시쯤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A4 용지 한 장짜리 지시 문건을 건넸다. 문건에는 계엄 관련 내용과 장악해야 하는 대상이 명시돼 있었다. 장악 대상은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말만 했고, 회동은 5분 만에 종료됐다는 게 조 청장의 주장이다.

대통령 안가에서 나온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은 황당해했다고 한다. "이거 진짜야" "대통령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 아냐" "을지연습이나 야외기동훈련(FTX)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 청장은 이후 공관으로 가서 아내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건넨 문건을 찢었다고 국수본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이후 경찰청사로 돌아와, 계엄 선포를 지켜보다가 방첩사령관이 요구한 정치인 위치 추적을 거부하고, 포고령 전까지 국회의원 출입이 가능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6차례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고 체포하라"는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과 통화할 때 지시만 내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4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국수본 조사에서 "올바르게 마지막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다"는 말을 남겼다. 조 청장이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안가 회동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에 대해 고백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항명으로 인해 계엄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그래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봤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경찰청장으로서 역사적 소임을 다했고,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 충실히 재판 받겠다"고 진술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