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고향 합천 찾은 5·18피해자들
‘미화시설 철거’요구하며 군청 농성
군청 앞마당 기념식수 표지석 철거
‘미화시설 철거’요구하며 군청 농성
군청 앞마당 기념식수 표지석 철거
12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을 찾은 5·18피해자들이 합천에 있는 전씨 미화 시설들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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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날 경남 합천군청 청사 앞마당에 있던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기념하는 표지석이 44년 만에 강제로 뽑혔다. 표지석은 12·12군사반란의 주역인 전씨가 5·18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고 대통령에 오른 직후인 1980년 설치됐다. 전씨의 고향인 합천에는 그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생가와 공원 등이 있다.
5·18기념재단은 12일 “합천군청 앞마당에서 있는 전씨의 기념식수 표지석을 들어냈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은 1979년 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이날 5·18피해자 40여명과 전씨를 미화하는 시설들이 남아있는 합천군을 찾았다.
12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고향의 경남 합천군을 찾은 5·18피해자들이 군청 앞마당에 있던 전씨의 기념식수 표지석을 들어냈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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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은 전씨의 고향이다.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력을 잡은 전씨는 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통해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했다. 그해 9월1일에는 제 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인 9월5일 고향인 합천을 찾았고 군청 앞마당에 향나무를 심었다. 향나무 앞에는 ‘전두환 대통령 기념식수 서기 1980. 9. 5’라고 새겨진 표지석도 설치됐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와 내란목적 살인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사면됐다. 2021년 전씨가 사망했지만 합천 곳곳에는 그를 미화하는 시설들이 남아있다.
합천군 율곡면 내천마을에는 1983년 군이 복원한 전씨의 생가가 있다. 631㎡부지에 초가로 된 안채와 헛간, 곶간, 대문 등이 복원됐다. 군은 매년 1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생가를 관리한다.
합천읍을 흐르는 황강 옆에는 전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도 있다. 공원은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완공됐지만 합천군은 2007년 1월 ‘일해공원’으로 바꿨다.
12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을 찾은 5·18피해자들이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 앞에서 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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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2008년 12월31일 세운 공원 표지석의 글씨는 생전의 전씨가 직접 썼다. 표지석 뒷면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런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일해공원으로 명명한다”고 쓰여 있다.
광주에서 합천을 찾은 5·18피해자들은 생가와 일해공원 등을 직접 둘러보고 합천군에 ‘전두환 미화 시설 폐기’를 요청하는 항의서한을 군수에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수가 면담을 피하면서 피해자들은 군수실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자 사단법인 광주여성인권센터 이사장(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합천에 직접 와서 보니, 전두환 미화 시설들을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12·12군사반란 주동자를 미화하는 윤석열의 12·3 내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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