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선정 역대 최고 한국영화 1위에 오른 '하녀'(감독 김기영)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
신분상승을 꿈꾸는 하녀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사회 모순을 드러낸 ‘하녀’(1960), 당대 최고 흥행작이자 국내 첫 컬러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성춘향’(1961) 등 한국영화사의 대표작들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12일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한 영화 ‘낙동강’(1952), ‘돈’(1958), ‘하녀’ ‘성춘향’ 등 4편을 각각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영화가 제작한지 50년이 지났으며 근현대기 사회·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 자료로서 관련 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김기영(1919~1998) 감독의 ‘하녀’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6월 한국영화 최고 작품 100편을 선정했을 때 1위에 꼽힌 바 있다. 2층 단독주택으로 상징되는 중산층 가족과 그 집의 하녀를 주인공으로 인물들의 욕망과 억압, 공포와 불안을 통해 당대 한국 사회의 긴장과 모순을 드러냈다.
최은희 주연의 영화 ‘성춘향’(1961년, 감독 신상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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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개봉한 신상옥(1926~2006) 감독의 ‘성춘향’은 특수 렌즈로 찍은 촬영본을 넓은 화면(와이드스크린)에 생생한 색감으로 구현한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다. 한국 영화 산업의 기술적 변화를 보여주는데다 1960년대 최고 흥행작이며 해외 영화제에도 출품되는 등 영화사적 의의가 높다.
배우로도 활동한 전창근(1908~1973) 감독의 영화 ‘낙동강’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제작돼 낙동강 전투 장면 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 낙동강 유역으로 귀향한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으로 전시상황에서도 이어진 창작열을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이 12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 영화 '낙동강'(감독 전창근, 1952)의 한 장면. 사진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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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동(1911~1988) 감독의 영화 ‘돈’은 순박한 주인공을 통해 농촌 고리대, 사기꾼의 성행 등 산업사회 이행 시기의 열악한 농촌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 한국 사실주의(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가유산청은 12일 영화 '돈'(감독 김소동, 1958) 등 4편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돈'의 포스터. 사진 국가유산청 |
등록문화유산은 이들 필름(이미지 및 사운드)의 원본 혹은 유일본이 대상으로 모두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가 소장처다. 국가유산청 이지은 사무관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신청한 작품 5편 가운데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수업료’(1940)는 희소 가치에도 불구하고 당대 사회상을 미화한 내용 등이 국가지정유산으로서 기준에 맞지 않아 제외됐다”면서 “앞으로도 영화사적 가치 외에 역사적·학술적·사회적 가치 등을 두루 검토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07년 영화 ‘미몽’(감독 양주남, 1936), ‘자유만세’(최인규, 1946), ‘검사와 여선생’(윤대룡, 1948), ‘마음의 고향’(윤용규, 1949), ‘피아골’(이강천, 1955), ‘자유부인’(한형모, 1956), ‘시집가는 날’(이병일, 1956) 등 7편이 처음으로 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12년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가 뒤를 이었다. 이로써 총 12편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등록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확정할 예정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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