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임종철 |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러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국 배터리 견제론이 나오는 가운데, K-배터리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지역 공략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유진투자증권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K-배터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0.8%로 집계됐다. 2021년만해도 70%를 웃돌았으나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중국의 경우 2021년 18.4%에 불과했으나, 올해 44.7%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중국 배터리의 '유럽 1위' 등극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중국 기업들도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10일(현지시간) CATL은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총 41억 유로(약 6조20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연산 50GWh(기가와트시)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 공장은 2026년 말 가동된다. CATL은 독일과 헝가리 등에도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의 또다른 강자 BYD는 헝가리, 터키 등에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는 유럽 국가들에게도 위협이다.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저가의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에 유럽 전기차 밸류체인이 장악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독일, 스웨덴은 12월부터 출범하는 EU 신임 집행위원회를 향해 "유럽 배터리 생산의 미래를 보장하고, 중국에 의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클루티히 연방경제기후보호부 실장은 "배터리 소재에 있어 중국 외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신임 집행위가 100일 내 결정할 핵심 추진 정책에 배터리 제조 경쟁력 확대 방안이 담길 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가 배터리에 대한 제조를 철저히 역내 중심으로 가져간다는 정책을 세운다면, 이는 K-배터리와 중국 간 가격 경쟁력 격차를 대폭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허용 수준을 전략적으로 결정한다면 유력한 대안인 K-배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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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점유율에서 미뤄보듯 K-배터리는 최근 유럽에서 부진을 겪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거점을 두고 유럽 시장에 대응해왔으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 배터리 굴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SK온 역시 올 2분기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이반차 공장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배터리 3사는 내년 이후 유럽에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말부터 르노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데, 이 물량의 경우 폴란드 공장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계약이고, 중국이 우위를 점해온 LFP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격이어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증설(약 30GWh→60GWh)을 조만간 마무리 짓고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체코 현지 언론으로부터 배터리 신규 공장 설립과 관련한 보도도 나온다. 일단 삼성SDI 측은 체코 투자와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SK온은 이반차 공장의 정상화에 기대를 건다. 당초 6개월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공장 초기 안정화를 약 3개월만에 마치고,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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