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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예산 암초’ 만난 대왕고래… 관건은 첫 시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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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이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난관을 맞은 가운데, 향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1차공 탐사시추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와 공사는 2차 시추부터는 해외투자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1차 시추에서 석유·가스의 존재를 바로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암반에서 탄화수소 존재를 확인하거나 향후 진행될 추가 시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성공적인 시추로 평가될 수 있다.

조선비즈

지난 9일 오전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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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뜻하는 ‘유전개발사업출자’ 부문 예산 505억원 중 497억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공 탐사시추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은 약 1000억원이다. 정부와 공사는 이 비용 가운데 절반인 약 500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공사가 자체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처리로 정부 측 예산 지원은 불가능해졌다.

정부와 공사는 예정된 1차 시추를 계획대로 진행한다. 시추를 맡은 ‘웨스트 카펠라’호는 9일 새벽 한국에 들어와 부산 외항에 정박했다. 약 일주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를 선적하고, 오는 17일 무렵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측 예산 확보가 좌절됐지만, 석유공사는 1차 시추에 드는 약 1000억원을 전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 자체적으로 다른 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며, 사채 발행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재무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기 위해선 1차 탐사시추 결과가 중요하다. 정부와 공사는 추후 진행될 2차 탐사시추부터는 해외 대형 석유 기업 등의 투자를 유치해 공동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다만 탐사시추의 성공 가능성이 약 20%로 분석된 가운데, 1차 시추에서 유의미한 석유·가스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국내 예산 지원이나 해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차 시추탐사에서 정부와 공사는 지하 1㎞까지 시추공을 뚫어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 시료 분석 등을 거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mud logging)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1차 시추의 관건은 탄화수소의 존재 여부다. 앞서 6월 동해 심해 가스전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심해 평가 기업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매장 가능성이 높은 7개 유망구조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이것은 사업의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가스·석유 매장을) 입증할 방법은 시추하는 것뿐”이라며 “잠재적인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판별했지만, 시추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를 전부 다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 남아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추”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동해 울릉분지 일대 심해에 35억~140억배럴(Bbl)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사용량 기준으로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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