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현지시간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우리를 연결해주는 언어와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약 4분가량 영어로 소감을 밝힌 한강 작가는 8살 어린 시절 기억을 회상하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며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 처마 밑에도 작은 군중이 있었다"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퍼붓는 빗속에서 빗물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것을 보며 문득 저는 이해하게 됐다"며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모든 사람들과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모두가 나와 같이 이 비를 보고 얼굴을 적시는 빗물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며 "제가 읽고 쓴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 경이로운 순간들이 반복해서 되살아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문학을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 들어가 또 다른 내면을 만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그 실을 믿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질문을 실에 엮어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연회에 앞서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01년 노벨문학상 시상 이래 처음 무대에 오른 한국인 작가입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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