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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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전문가가 윤석열 대통령이 두번째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면서 “이번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7일(현지시각)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두번째 계엄 선포”가 있을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그는 한국은 그간 정치적 위기를 민주적 강인함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끝냈지만 이번엔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이 이번에도 작동할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했지만 “이번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두번째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여당이 국민 70% 이상이 요구하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시민들의 저항이 더욱 큰 규모로 확산하게 될 거라는 점을 들었다. 시민들의 강한 항의와 요구에도 대통령이 사퇴를 완강하게 거부할 수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감옥에 보내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의 윤 대통령에 대한 입장도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한국의 법치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보여왔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두번째 계엄 선포는 한국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의 입장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그간 민주적 가치를 지지한다고 표방했지만 내란 사태를 일으켜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내란 사태가 “가장 부적절한 시기”에 벌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윤 대통령의 행동은 중국·북한·러시아로부터 위협이 증가하는 가장 부적절한 시기에 한국에서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왔다”고 했다. 또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세계는 큰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적 혼란과 불안을 북한이 군사 행동을 통해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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