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건희 특검 투표 결과를 대형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회가 강제로 해산된 것은 모두 세 차례였습니다. 헌정 질서가 파괴된 것입니다.
첫째,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입니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둘째, 1972년 박정희의 10월 유신입니다. 비상국무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셋째,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입니다.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국회를 대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는 친위 쿠데타였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과 같습니다. 포고령으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했습니다.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하는 것은 헌정 중단 기도입니다. 내란 범죄입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합니다. 즉각 체포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주장이 아니라 법률적인 당위입니다. 대통령 자리에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끌어내려야 합니다. 안 되면 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탄핵소추 해야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가 12월7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해 의원총회를 했습니다. 이탈표 방지를 위해서였습니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습니다. 사실상 부결된 것입니다.
12월7일은 대설이었습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3도였습니다. 바람이 강해서 낮부터 추웠습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여의도로 수많은 시민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목이 터질 듯 외쳤습니다. 시민들의 분노에 찬 함성에 국회 건물이 들썩였습니다. 저는 함성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을까요?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 을)이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를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보듯이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체제 탄핵과 붕괴로 이어진다. 대통령 한 사람 탄핵하려다가 대한민국 체제를 탄핵할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체제와 후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거짓말과 궤변이 어디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체제가 무너졌나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는 헌법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정권 인수 절차도 없이 선거 바로 다음날 새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국정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공무원, 정치인들의 역량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체제 붕괴라고 주장합니다. 쿠데타로 체제를 무너뜨린 사람은 그의 전 장인 전두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윤상현 의원의 궤변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러웠습니다. 윤상현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들도 비슷한 논리로 탄핵에 반대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체제 붕괴’가 아니라 ‘정권 상실’을 두려워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막는 것”이라고 노골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나라보다 정권이 더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추악한 권력욕입니다.
12월6일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탄핵소추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12월7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을 슬쩍 바꿨습니다. ‘직무집행 정지’에서 ‘조기 퇴진’으로 물러선 것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7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국정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보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동훈 대표는 7일과 8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국정 운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8일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와 국무총리 회동을 주 1회 정례화해, 국정 방향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서 국정 공백이 안 일어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권을 인수한 것처럼 처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등 일련의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권력투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찬성 카드로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동훈 대표 체포를 지시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실패하자 한동훈 대표는 탄핵소추 찬성 카드로 윤석열 대통령을 위협했습니다.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이긴 것입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동네 꼬마들의 골목대장 놀이를 닮았습니다. 쓰나미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한동훈 대표의 등 뒤로 숨었습니다. 당분간 얼굴을 내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검찰·경찰이 내란죄 수사를 제대로 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12월11일 개회하는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발의할 것입니다. 부결되면 1주일 뒤 그다음 임시국회에서 또 발의할 것입니다. 가결될 때까지 계속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놀랐던 민심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12월6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평가는 긍정 16%, 부정 75%였습니다. 취임 이후 각각 최저치, 최고치입니다. 내란사태 이후 12월4~5일 기준으로는 긍정 13%, 부정 80%였습니다.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아마도 더 나빠졌을 것입니다. 민심의 분노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덮칠 것입니다. 민란 수준의 집회와 시위가 전국에서 잇따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노릇을 하기는 참으로 고달픈 것 같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싸우고, 국정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 쫓아내느라고 피곤했는데, 이제는 친위 쿠데타를 하고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윤석열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 이 추운 겨울에 또다시 거리 투쟁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을 압박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내려져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7일 대국민담화에서 내란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으로 미루어 파면 결정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하면 이건 정말 큰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몰아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탄핵소추된 공직자는 해임할 수 없습니다. 국회법 134조 2항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대통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탄핵소추 이후에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몰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몰아낸 경험이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26일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하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음날 국회에 대통령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 퇴진은 ‘하야’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저는 하야라는 단어를 쓰기 싫습니다. 권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퇴진이면 충분합니다.
그 뒤에도 시민혁명은 계속됐습니다. 1979년 부마 항쟁, 1980년 광주 항쟁, 1987년 6월 항쟁의 빛나는 시민혁명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시민혁명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퇴진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2024년 겨울 시민혁명으로 헌법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