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디지털 방카슈랑스 창구. /신한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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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25%룰 규제를 단계적으로 5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생명보험업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정 보험사 쏠림 현상이 발생해 결국 금융지주 계열사나 대형사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생보업계는 이런 의견을 취합해 금융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은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한 보험사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로 보험사 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특히 보험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의 은행을 통한 계열사 보험 상품 ‘밀어주기’를 막는 효과가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방카슈랑스 25%룰을 1년 차에 33%, 2년 차에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규제샌드박스로 시범 운영을 진행한 뒤 정식 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최근 보험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이런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현재 4개 손보사(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NH농협손보)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한 손보사 상품의 판매 비중을 다 채우면 25%룰을 맞추기 위해 다른 손보사 상품을 계속 권유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4곳 중 1곳이 추가로 방카슈랑스 사업에서 철수하면 25%룰이 무의미해진다. 금융 당국이 25%룰 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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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는 방카슈랑스 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로 판매하는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보험료를 한번에 내는 일시납 상품이다. 생보사들은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단기간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일시납 보험료는 10조7834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7808억원) 대비 약 3조원(27.8%) 증가했다.
그런데 25%룰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 은행들은 계열 생보사 상품을 우선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생보업계의 우려다. 특히 중소형사의 겨우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올려 공격적인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생보업계는 이런 의견을 취합해 금융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생보업계는 손보업계만 25%룰 완화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룰이 개정되면 대형 은행들은 계열 보험사 상품부터 50%를 채우고 그다음은 수수료를 많이 줄 수 있는 대형 보험사 상품을 순서대로 판매할 것”이라며 “중소형사와 외국계 생보사는 역차별을 당할 수 있어 내부적으로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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