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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300억 반찬 CEO, 흑백요리사 출연 후 “매출 400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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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1차 탈락 충격이 컸어요. 백종원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이상하게 그날은 제가 봐도 밥이 질었어요. 요리를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기본인 ‘밥 하나 제대로 못 짓나?’란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여러 가맹점주 얼굴도 떠올라 너무 부끄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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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한 도시곳간 대표.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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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에 ‘300억 반찬 CEO’로 출연했던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의 솔직한 후일담이다. 사실 그는 ‘요리에 인생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요리에 푹 빠진 경력을 쌓아왔다. 반찬가게를 하는 부모님 영향을 받아 아예 장래희망을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로 정했던 터다. 중학생 때부터는 아버지가 ‘어차피 요리사가 될 거면 전 세계 음식을 맛보고 공부해보라’해서 최소 수업 일수만 채운 채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녔다. 고등학교 때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 뉴욕 소재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했을 정도로 요리가 전부였던 삶을 살았다.

“게다가 ‘300억 반찬 CEO’란 별칭으로 프로그램에 나갔으니 어깨가 무거웠어요. 그런데 결과는 1차 탈락이었다 보니 제 명패를 놓고 나올 때 참 씁쓸했어요.”

그런 그에게 반전이 생겼다. 전국 가맹점주에게서 ‘행복한 연락’이 빗발쳤다고. 흑백요리사 출연 후 전국 67개 매장(11개 직영점, 56개 가맹점) 매출이 훌쩍 뛰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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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여 가지 반찬,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도시곳간 매장.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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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여 가지 반찬,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도시곳간 매장.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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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송 나가기 전에는 방송 안 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다가 요즘엔 “출연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 덕에 지난해 매출 250억원대(직영·오프라인 가맹점 매출 합산), 올해 300억원대를 예상하던 매출이 내년엔 400억원 이상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내년에 흑백요리사2에 나갈 수 있게 된다면 ‘300억 반찬 CEO’ 앞자리를 4로 고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참고로 도시곳간은 CJ인베스트먼트, JB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MYSC, 스파크랩, 소풍, 킹슬리벤처스,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62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반찬가게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3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보다 자세한 얘기는 일문일답.

Q. 방송 후 인기 실감하나.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전국 매장의 매출과 검색량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터졌다. 지금까지 꾸준히 고객들이 찾아와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도시곳간을 이용해본 적 없는 신규 고객이 한번 이용해본 후 재구매,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사실 촬영 당시 출연자 대부분은 이렇게까지 대박 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Q. 요리사를 꿈꿨다는데 반찬가게 CEO가 됐다. 사연이 있었나.

배낭여행을 한창 다니면서 꿈을 키웠고 미국 유학까지 갔다. 그런데 2018년 갑자기 부모님이 하시던 반찬가게 경영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급히 돌아왔다. 당시엔 새로운 반찬가게를 창업해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간 준비한 도시곳간은 2019년 6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시장 입구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복학을 못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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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에 위치한 도시곳간 직영 식품공장.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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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찬가게 하면 ‘영세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사업 모델로 수백억원대 매출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사실 반찬 시장, 작지 않다. 업계 추산 5조원이 넘는다. 다만 지금도 90% 이상이 개인 반찬가게가 주류다. 도시곳간은 일반 반찬가게처럼 보는 이들도 있지만 기획 단계부터 ‘그로서리(식료품)+반찬가게’를 섞어둔 반찬 편집숍을 지향했다. 지방 농가들의 농산물, 상품 그리고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신선한 250여 가지의 반찬을 한데 모았다.

더불어 지역별 맞춤형 매장으로 특화한 것도 먹혔다. 왜냐면 같은 대한민국이라 해도 지역마다 반찬 입맛이 다 다르고, 동네마다 분위기 또는 타깃이 다 달라서다. 그 지역에 알맞게 메뉴, 섹션도 다 다르게 구성, 종전 프랜차이즈처럼 ‘복사 후 붙여넣기’처럼 전개하지 않으니 호응이 컸다. 그러기 때문에 타사보다 2.4배가량 높은 객단가(12월 기준 2만3070원)를 기록한다. 더불어 도시곳간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도시락, 뷔페, 케이터링, 배달 등 다양한 판로를 제공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전 매장 평균 월매출은 5000만원 정도다. 직영점을 수도권에 빠르게 확장하면서 내년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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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곳간은 단순 반찬 판매 외에도 케이터링 등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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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사업적으로 보면 반찬은 워낙 유통기한이 짧다보니 폐기율이 높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도시곳간 폐기율은 매년 줄어 지금은 0.8~0.9%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초반엔 덜 알려지다 보니 폐기율이 높았다. 지속적으로 각 지역 고객에게 어필한 결과 지금은 연간 170만명 회원이 매장을 방문한다. 이들은 일종의 카페처럼 생각하다 보니 재방문율이 꾸준하다. 1주 평균 1.7회에 달할 정도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자리 잡히면 어떤 사업 모델보다 안정적이다. 참고로 도시곳간은 요일별 매출 변화가 1년 내내 10% 내외로 큰 차이가 없다. 계절도 크게 타지 않는다. 그냥 습관처럼 방문하는 곳이라 가격 민감도도 낮다. 통상 전체 매출의 60% 이상은 오후 4시~6시 30분쯤에 나온다. 정상가 판매다. 오후 7시가 되면 10% 할인, 그래도 남은 반찬은 다음 날 30% 할인을 해 전량 판매를 하고 있다. 요일별 매출, 고객 데이터를 갖고 요일별로 다른 양으로 생산하면서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Q. 창업 후 시련은 없었나.

사업하고 메뉴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시련이나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 창업을 했기 때문에 처음 매장을 만들고 메뉴 개발, 경영, 자금 조달, 재무, 인사, 브랜딩, 영업 등 혼자 다 하면서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다. 이후 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경력 있는 팀원을 채용하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로서 혼자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다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즐기면서 하고 있다.

Q. 어떤 회사로 키워내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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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곳간은 다양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개발, 수출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홍신애 요리연구가와 협업한 김치맛 광천김. (도시곳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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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복합몰에 많이 출점을 했다. 내년에는 수도권 로드숍(거리매장) 진출에 더 공을 들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도 낮추고 이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어서다. 더불어 반찬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리빙,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꾸준히 확장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싱가포르, 일본,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년에 미국은 뉴욕, 뉴저지, LA를 기반으로 가게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간 10만병 정도 팔리는 곳간식혜를 비롯 김류(도시락김, 전장김, 김자반, 김부각), 전통 스낵 등 PB 상품 수출을 통해 K푸드 선봉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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