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금오산올레길 모습. 사진 구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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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四隱)’은 고려시대 말 충절을 지킨 네 명의 성리학자를 뜻한다. 각각 영덕의 목은(牧隱) 이색, 영천의 포은(圃隱) 정몽주, 성주의 도은(陶隱) 이숭인, 구미의 야은(冶隱) 길재를 가리킨다. 이들 모두 경북 지역과 인연이 닿아 있다.
경북도 산하 경북문화관광공사는 7일 "사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을 길로 이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고려 사은길’이다. 특히 겨울에 걷기 좋은 인문학 산책로인 고려 사은길을 따라 걸으면 네 선비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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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목은 사색의 길’
영덕군 블루로드 C코스는 ‘목은 사색의 길’이라 불린다. 축산항에서 시작해 고래불해변까지 이어지는 17.5㎞ 구간은 숲길과 바닷길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특히 이 코스 중간 지점에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은 목은 이색(1328~1396) 출생지다. 이곳에는 400년 전통의 영양 남씨 집성촌이 있고 목은 이색기념관을 통해 그의 생애와 유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괴시마을 인근 상대산 관어대에도 그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경북 영덕 괴시마을 전경. 사진 국가유산청·공공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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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블루로드다리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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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은 고려후기 대사성·정당문학·판삼사사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학자로 신유학의 보급과 발전에 공헌해 조선 초 성리학 부흥의 길을 열었다. 위화도 회군으로 우왕이 쫓겨나자 조민수와 함께 창왕을 옹립하고 이성계 세력과 맞섰다. 조선 건국 후 이성계가 조정에 나와주길 바랐지만 끝내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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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포항 해파랑길 16코스
영천과 포항 일대는 포은 정몽주(1337~1392)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영천 임고면에서는 선생의 학문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임고서원을 만날 수 있다. 이 서원은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문충사와 강당인 흥문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원 옆 포은유물관에는 선생의 일대기와 업적이 전시돼 있다.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임고서원 전경. 사진 영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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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전경. 사진 포항시·공공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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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또한 정몽주와 인연이 많다. 경북 동해안 유일의 사액서원인 오천서원은 포항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다. 이 서원은 1588년 창건 후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복원했는데, 포은의 단심가가 새겨진 표지석도 찾아볼 수 있다. 오천읍 인근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도구해변, 송도해변을 잇는 약 19㎞의 코스인 해파랑길 16코스가 걷기 좋다.
정몽주는 고려말 친원파가 득세하던 상황에서 친명정책을 주장했고 명와 일본에 직접 사절로 가는 등 담대한 외교가로서 활약했다. 기울어가는 고려 국운을 바로잡고자 국가 기강 정비와 민생 안정에 노력했고 성균관의 사성으로서 신진 사류를 양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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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가야산 선비산수길
겨울이면 옥양봉·석문봉·가야봉 등 정상 부근에 설경이 펼쳐지는 가야산은 고려 말 삼은 중 한 명인 도은 이숭인(1347~1392)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경북 성주군 선비산수길과 성주호 모습. 사진 성주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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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청휘당 전경. 사진 성주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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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선비산수길 2코스인 가야산 에움길(11.3㎞)을 따라 걸으며 이숭인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에 위치한 청휘당은 도은 이숭인 선생이 유배 시절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곳이다. 도은기념관에서는 도은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숭인은 포은 정몽주의 문하생으로 간신 이인임과 7촌 친척이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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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금오산 올레길
구미 금오산은 고려 사은의 마지막 인물인 야은 길재(1353~1419)가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1호 도립공원이기도 한 금오산은 2016년에 준공된 금오산 올레길(2.43㎞)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면 좋다.
금오산 도립공원 내에 자리 잡은 야은역사체험관은 야은 길재 선생의 사상과 학문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곳이다. 금오산에는 채미정·경모당·구인재 등 야은 길재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유적이 남아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채미정. 사진 구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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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는 1400년 주어진 태상박사(太常博士) 벼슬을 거부하고 집에 돌아간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조선 건국 후 길재는 왕에게 상소를 올려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고 신하는 두 왕을 섬기지 않으니 자기도 고향으로 내려가게 해달라며 하사받은 벼슬을 완곡히 거절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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