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서울 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이우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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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아 안녕. 잊을 수가 없다.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던 너의 얼굴.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지. 네가 떠나고 지금 학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 조리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게 됐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 인정도 받았어.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 급식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하더라 (…) 요새는 학교에 사람이 안 들어와. 이제 손 좀 맞출 수 있겠다 싶으면 그마저도 한두 달 버티고 나가버리더라고. 위험한 일인데 최저임금도 안 되니 오기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 근데 교육청들은 조리 로봇이다, 위탁급식이다 현장 모르는 소리만 해대니 언제까지 아이들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로 버틸 수 있을지 나도 이제 고민하고 있어.”
19년차 급식 조리사 박화자씨가 6일 서울 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연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 무대에 올라 말했다. 박씨가 편지를 쓴 ‘혜경’씨는 학교 급식실에서 13년 동안 일하다가 폐암으로 숨진 동료 조리사 고 이혜경씨다. 환기가 안 되는 급식실에서 일했던 이씨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지 3년 만인 지난해 12월4일 숨을 거뒀다. 박씨는 “우리가 열심히 투쟁해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고, 혜경이 네가 좋아했던 급식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학비노조를 비롯한 전국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 6만여명(학비연대 집계, 교육부 집계 2만6292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차별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며 파업과 동시에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학교에서 급식과 돌봄 노동에 주로 종사하는 지난 7월부터 사용자인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 임금 교섭을 벌였지만 지난달 22일 결렬됐다. 학비연대는 내년 기본급을 최저임금과의 차액인 월 11만270원 인상하자고 제시했으나, 사쪽은 월 6만6000원 인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총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 인상 △공무원과 동일한 복리후생수당 기준 적용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4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06만740원이지만, 조리실무사 등 ‘2유형’에 속하는 공무직 노동자의 월 기본급은 198만6000원이다. 근속수당 등 공통기준수당 외에 직종 관련 수당도 직종별로 차이가 나 연대회의는 직무보조비를 신설해 모든 학교 공무직 노동자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6일 오전 인천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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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또한 급식실 결원 사태와 폐암 산재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적정 정원 기준을 세우고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식노동자의 경우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해 음식을 조리할 때 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한 ‘조리흄’이라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교육부는 이날 파업으로 3910개 학교(급식 대상 학교의 30.7%)의 급식실이 운영되지 않아 빵과 우유,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했다고 밝혔다. 늘봄교실이 운영되지 않은 학교는 201곳으로 전체의 3.3%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임금 교섭 전망에 대해 “일단 중단된 교섭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며 “노조와 적정 수준을 찾는 논의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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