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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예산 갈등에…프랑스 내각 3개월 만에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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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의회 패싱’ 바르니에 총리 내각 불신임안 가결

르펜 주도 좌우 협공에 ‘최단명’ 불명예…마크롱 타격

경향신문

퇴장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4일(현지시간)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에 앞서 의원들 앞에서 연설한 뒤 연단을 내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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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출범한 프랑스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됐다. 야당 일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 요구가 나오는 등 지난 7월 조기 총선 이후 불안정했던 프랑스가 더 큰 혼란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전체 의원 577명 중 331명 찬성으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우여곡절 끝에 내각이 출범한 지 석 달 만으로, 바르니에 총리는 1958년 5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내각 불신임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것은 샤를 드골이 대통령이던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 내각 이후 62년 만이다.

불신임 계기는 2025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다. 바르니에 내각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600억유로(약 89조3700억원)를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공공지출은 줄이고, 증세를 통해 적자를 메운다는 게 골자다.

이에 좌파연합은 복지가 축소될 수 있다며 반대했고, 극우 국민연합(RN)은 이민자 지원 예산 삭감 등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압박이 커지자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 표결 없이 예산을 처리하는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겠다고 밝혔고, 좌파연합과 RN이 함께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이날 표결에 앞서 바르니에 총리는 “내각 불신임으로는 국가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들어와도 같은 문제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야권이 일제히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물러나게 됐다.

바르니에 내각은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혼란의 뿌리는 지난 7월 치러진 조기 총선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우파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은 2위에 그쳤고, 극우 부상을 막기 위해 급조된 좌파연합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총리 임명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과반은 아니어도 의회 1당을 차지한 정당에서 총리를 지명하는 게 일반적인데, 마크롱 대통령은 관행을 깨고 그나마 정치 성향이 비슷한 우파 공화당(총선 4위) 소속 바르니에 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불신임안 통과에는 마린 르펜 RN 원내대표(사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좌파연합은 총리 임명 직후부터 불신임을 예고했으나, 이번 표결 전까지는 다른 정당 협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RN이 힘을 실어주면서 결과가 달라졌다. 파리 HEC 경영대학원의 아민 슈타인바흐 교수는 “르펜의 결정은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개인적 야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차기 총리를 최대한 빠르게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소식통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미 후임자를 물색해뒀고, 7일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식 전에 차기 총리를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다만 조기 총선과 총리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정치적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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