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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부장관(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애스펀전략포럼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나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캠벨 부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사실과 관련해 "그들(한국의 대화 상대방)은 이러한 조치들에 분명하고 굳건하게 맞섰다는 사실과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일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일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캠벨 부장관의 '불법적'이라는 표현은 본인의 시각을 전제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동맹(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잘 작동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깊은 우려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로부터 한국 계엄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계엄 선포가 "우리의 깊은 우려를 야기했다"며 "대통령이 국회의 헌법 절차에 따라 계엄령을 해제했고, 지금 일어난 일에 대응한 일련의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현과 민주적 회복성(resilience)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이며 한국이 계속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후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겠다는 사실상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언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한국의 탄핵 정국이 외교·안보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 정치 혼란이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윤 대통령이 왜 그런 충격적인 권위주의 움직임을 보였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재선출 및 소수 여당 체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미·일 3자 협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국제 정책 전문가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해 한국의 위험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상처와 현재 약해진 일본 지도부가 합쳐져 미국은 중국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 두 명의 약한 주자를 남겨두게 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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