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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비상계엄을 설마…'틀튜브' 보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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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 콘텐츠 중심의 틀튜브, 가짜뉴스 양산으로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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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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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이 여전히 의문에 휩싸인 가운데 일각에서 자극적 극우 콘텐츠 유튜브인 '틀튜브'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여야 정치인 다수가 위험성을 지적했던 '틀튜브'에 경도된 윤 대통령이 제대로 된 민심을 읽지 못한 채 무리한 계엄을 강행했다는 시각이다.


정보 필터링 부족한 노인들 상대로 가짜뉴스 퍼뜨리는 '틀튜브'

4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 대통령이 '틀튜브' 애청자였으며 이번 계엄선포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온다. 틀튜브는 특정 유튜브 채널명이 아니다. 노인 비하 단어인 '틀딱(틀니 소리를 딱딱 낸다는 뜻)'과 '유튜브'의 합성어다. 노인 세대가 비교적 보수 성향이 강하고, 정보 필터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자극적이면서도 터무니 없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틀튜브로 칭해지는 이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는 '부정선거'가 있다. 매년 총선 때마다 보수 후보가 낙선한 지역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단정 지어 말한다. 올해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테러를 당했을 때는 '종이칼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가 조작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일자 "홍범도는 6.25 전범"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 강점기이던 1943년 10월 사망해 6.25는 구경도 못했다.


틀튜브의 롤모델 '가로세로연구소' 돈이 되는 극우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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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건국76주년, 광복79주년 제259차 태극기집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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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튜브로 불리는 이들이 유독 자극적 정치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정치 유튜브가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다. 가세연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을 받는 채널로 등극하기도 했다.

가세연의 주요 후원자들은 극우 정치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노인 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세연이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 후원 계좌를 열면 수많은 후원이 답지한다. 대법원이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판결해도, 후원금을 환불해달라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간혹 가세연이 일부 유명인사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주장한 게 허위사실로 판명되는 경우에도 팬덤은 흩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후원금으로 벌금을 내라'며 더 많은 돈이 모인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학습효과가 된다. 틀튜브들은 팬덤을 형성하고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콘텐츠도 생산해 유튜브에 올린다. 보다 많은 후원금을 얻어내기 위해 노인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터무니 없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에도 일부 '틀튜브'에는 "국회의원들의 간첩 혐의가 드러나 계엄군이 총살할 것"이라거나 "윤 대통령이 국회 활동을 금지시켰으므로 국회의 계엄 해제 안건은 무효"라는 주장이 판을 쳤다.


여당과 대통령실도 '틀튜브' 팬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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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들. /사진=배승희변호사, 목격자K, 새마을방송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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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틀튜브의 해악성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잦은 비판이 이어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틀튜브의 애청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야비하고 악랄한 음모론은 틀튜브라 불리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이 대규모로 퍼뜨렸는데, 일국의 대통령이 이를 믿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당시 자작극 논란이 벌어지자 "틀튜브들의 난동이 또 시작됐다"며 "노년층을 거짓 정보로 세뇌시키는 이런 틀튜브들을 유튜브에서 퇴출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음모론만 판치는 세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보수 유튜버인 정규재씨 조차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보수 행동지침' 1번으로 "틀튜브 중독을 극복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틀튜브의 해악성은 오프라인까지 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에 대해 '백신은 사기극'이라며 접종하지 말라는 내용의 틀튜브가 다수 제작돼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을 불러왔다. 이재명 대표를 피습했던 60대 남성 역시 틀튜브를 시청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틀튜브'가 여당과 대통령실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은 202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당에 와서 놀란 것은 언론 대신 보수 유튜브 채널을 정론지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보수 유튜브 채널을 단순히 지지자와의 소통 창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민의나 대중의 반응으로 착각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고성 욕설시위를 하다 구속됐던 한 유튜버는 2022년 5월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아 김건희 여사와 눈빛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의 누나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날 사퇴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윤 대통령이 틀튜브를 애청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현실인식 측면에서는 그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셈"이라며 "이를 바로잡아주거나 제대로 된 민심을 전달해줄 참모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이번 정부의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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