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등이 참석하는 'AI(인공지능) 서울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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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인구 4분의 1이 투표한다는 '선거의 해'가 저물어간다.
선거는 내 생각을 표로 드러낼 기회다. "후보가 다 거기서 거기"라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나와 사회에 도움될 사람을 뽑는다. 결과 자체도 흥미를 주지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기회가 된다. 적어도 이때만큼은 정치인들도 국민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이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들여다본다. 선거가 없다면 국민의 뜻을 덜 민감하게 읽을 것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그들의 뜻을 표출하고, 결국 그 시기의 민심에 맞고 민심을 잘 읽은 인물이 선택된다.
세계에서는 연초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굵직한 선거들이 이어졌다. 결과에선 역시 민심이 확인된다.
1월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제3후보인 민중당의 커원저가 26.4%나 득표하며(3위) 현지 정가를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중-반중 구도를 이룬 양강 후보와 달리 그는 저임금, 높은 집값 등 민생 문제에 집중하면서 젊은층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정치 아닌 경제 문제를 먼저 풀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7월4일 영국의 총선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민심의 요구가 변화를 이뤄냈다. 브렉시트,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불똥을 잇따라 맞은 영국은 인플레이션, 공공 서비스 질 악화 등 민생 문제를 겪었고, 유권자들은 14년 보수당 정부를 진보 성향의 노동당 정부로 바꾸었다.
전 세계가 미국을 주목한 11월5일도 민심에 대한 대응이 결과를 갈랐다.
약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의 의회폭동을 사실상 유도했다. 상상을 초월한 사건에 그는 막판 34%로 재임 기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받고 퇴임했다. 힘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려 한 데 대한 비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그는 부활했다.
이번 미국 대선 출구조사(여러 가지를 조사함)를 보면 가정의 재정 상태가 "4년 전보다 나빠졌다"는 반응이 45%나 됐다. "좋아졌다"는 24%였다.(CBS 조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난 한 해 "매우 어려웠다"는 22%, "비교적 어려웠다"는 53%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대선 이슈는 민주주의(34%), 경제(32%), 낙태(14%), 이민(12%) 등순으로 꼽혔다.
경제, 인플레이션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는 것은 올해 여러 조사를 통해 알려졌지만 여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낙태 같은 정치적 이슈에 더 신경을 썼다.
이는 민주당 주요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졌다. 4년 사이 라틴계의 민주당 대선후보(바이든·해리스) 지지율은 65%→53%로 줄었다. 이들 사이 대선 최대 관심사는 경제(CNN 출구조사, 37%)였다. 민주주의는 29%로 차이가 꽤 났다. 해리스는 젊은층의 지지율도 잃었다.(60%→55%) 경합주 7곳 전부에서 해리스는 졌다. 4년 전 바이든의 전국 득표율은 51.3%였지만, 이번 해리스는 48.3%다. 단순히 보면 3%포인트의 이동이다. 트럼프와 득표율 격차는 1.6%포인트로 크지 않지만 선거인단 제도하에서 그는 완패했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큰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경제' 문제에 대해 강하고 실행력 있는 이미지로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지난 6월 트럼프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은 경합주인 네바다에서 '팁 면세' 공약을 발표했다. 두 달 뒤 해리스는 같은 공약을 꺼냈지만 이슈에 뒤늦은 것을 확인한 꼴이 됐다.
미국 여러 언론매체는 트럼프의 승리라기보다 해리스의 패배라고 평가한다. 민심을 잘못 짚은 데 따라 그는 그에 맞는 결과를 떠안았다.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국내에선 비상계엄으로 대혼란이 일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 등이 이유로 내걸린 조치인데 이에 대해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 것으로 계산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선포 이후 여당과 보수 언론에서까지 강한 비판이 이어진 것만 봐도 민심을 크게 잘못 짚었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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