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국회, 2시간 37분 만에 계엄령 해제요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령 이후 44년 만이다. 하지만 국회가 즉각 본회의를 소집해 재적 의원 300명 중 190명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서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에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 해제 요구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측근 의원들도 동참했고, 계엄령 해제 뒤에도 계엄 선포와 해제 요구의 적법성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며 정국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23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며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계엄령 선포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건의했고, 계엄 선포 전 비상 국무회의가 소집됐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추진한 22건의 탄핵 시도와 내년도 예산안 단독 감액안 처리 추진 등을 거론한 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 한숨은 늘어나, 이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런 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ㆍ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시국을 내란(內亂)으로 규정한 것이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되는데, 윤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발동된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만큼 현재의 정치 상황을 ‘적과의 교전’이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했다. 박 사령관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 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를 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등 여섯 가지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과 사법 사무를 관장한다.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ㆍ구금(拘禁)ㆍ압수ㆍ수색ㆍ거주ㆍ이전ㆍ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날 계엄 선포 직후 국회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계엄령 선포 두 시간여 뒤 국회 본회의장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혁신당 등 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일부 친한동훈계 의원도 모였다.

재적 과반수 의원이 모이자 국회는 4일 새벽 1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시작한 지 2시간 37분만이었다.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의결 직후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제 비상계엄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그런 뒤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시길 바란다”며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꼭 지키겠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즉각 해제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계엄 해제를 위해선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심야에 즉각 소집되지 않을 경우 지체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 본관 안팎에선 대혼란이 벌어졌다. 무장한 계엄군과 경찰 등이 국회를 통제하면서 진입이 금지된 야당 보좌진과 군·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분말 소화기가 터지기도 했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계엄령은 모두 16번이 선포됐고, 이 중 비상계엄령은 12번 선포됐다.

이날 계엄령은 심야에 기습적으로 발표됐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진마저 일상적인 만찬을 하다가 계엄령 선포 30여 분 전에야 대통령실로 긴급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계엄 선포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방송 중계를 진행할 방송사에 발표 주체와 내용도 특정하지 않은 채 “생중계를 준비하라”고만 전달됐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윤 대통령이 생방송을 시작한 뒤에도 발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정치권에선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진·박태인 기자 bim@joongang.co.kr

허진·박태인 기자 bi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