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술사랑은 유명하다. '음주가무'의 민족답게 '술 한잔하자'는 말이 인사말 대신 사용된다. 유명 연예인이 술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고,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술방' 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렇다보니 고위험 음주율은 2022년 기준 남성 21.3%, 여성 7.0%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알코올성 질환, 음주운전 사고, 음주폭력(주폭), 주취범죄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치료비·간병비 등 사회적 비용도 2019년 기준 1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술자리에서의 실수는 '술 탓'으로 간주해 대충 넘어가곤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형량을 줄여주는 주취감경(酒醉減輕) 규정도 있다.
술로 인한 폐해가 늘면서 보건당국이 술병 경고 문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소주병에는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는데 더 강력해진다. 보건복지부는 "한잔의 술도 건강에 해로운 만큼 현행 '과음' 경고 문구를 '음주' 경고 문구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담배와 비교하면 술에 대한 경고가 약한 건 사실이다. 담뱃갑에는 암 덩어리 사진을 붙이고, 방송 흡연 장면도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 악착같이 경고한다. 그런데 술병에서 연예인 사진 광고가 사라진 것은 불과 5년 전이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병에 붙는 문구 수정만으로 음주문화 개선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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