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요구불예금 1월 이후 최저
금리인하기와 트럼프랠리 맞물려
“코인 ‘불장’…또 벼락거지 안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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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이 이렇게 불장(급등장)인데, 다시 온 기회라고 생각해요. 또다시 ‘벼락거지’가 되고 싶지 않거든요.” (50대 주부 김모 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트럼프 랠리’가 거세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투자심리도 요동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5개월 새 27조원이나 증발했다. 투자수익을 노린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대규모 ‘머니무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1월 이후 최저치= 3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92조6669억원을 기록했다. 전달 말 대비 5조원 넘게 감소한 것이며, 5개월 전인 6월 말과 비교했을 땐 26조9477억원 줄어든 수치다. 아울러 계절성 요인으로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올해 1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에서 목돈이 빠지는 머니무브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연일 상승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과 미국 증시다. 3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5981달러(약 1억3440만원)을 기록하며 10만달러 돌파를 시도 중이다. 비트코인 값은 11월 한 달 동안에만 40%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상승은 알트코인(후발 가상자산)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47.76% 폭등해 현재 3777원에 거래 중이다. 미 대선일인 지난달 5일 리플 가격은 0.51달러에 불과했지만 약 한 달 만에 5배 이상 수준으로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트코인 불장이 알트코인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며 “이번 트럼프 랠리의 특징은 그 시간이 단축됐다는 게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상자산 과세 등이 유예되면서 향후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 때 도입됐지만 투자자들의 반대로 지금껏 시행이 유예되다가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2년 추가 유예를 주장하자,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야당이 2년 유예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5060, 노후자금 들고 코인시장 재입성=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인 불장’을 활용해 자신의 노후자금을 불리려는 5060대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2021년 가상자산이 급등하던 시절 가상자산 처분소득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집을 사는 등 극단적 경우가 나왔던 사례를 학습한 결과다. 최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엔 ‘대기업 직원이 코인 투자로 100억원 벌고 퇴직했다’는 등 투자 성공담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주부 K씨(58세·여)는 “노후자금을 은행 계좌에만 썩혀두는 게 아까워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에 시험삼아 투자했다”며 “가격이 급등했다 다시 급락하는 게 너무 무서워 많이 넣지는 못했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2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60대 이상 고객 계좌는 9월 말 기준 77만5718개(9월 말 기준)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보유액은 총 6조7609억원으로, 1인당 평균 투자액은 약 872만원에 해당했다. 60대는 20대 이하(1인당 평균 투자액 98만원), 30대(298만원), 40대(526만원), 50대(772만원) 등과 비교해 전체 연령대 가운데 투자액이 가장 많았다.
코인 투자에 새로 뛰어든 시니어 투자자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업비트와 빗썸에 개설된 60대 이상 고객 계좌(77만5718개) 수는 2021년 말 대비 30.4%(18만834개)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50대 계좌는 22.5%(35만6169개) 늘었다. 반면 20대 계좌는 같은 기간 6.4% 감소했고, 30대 계좌는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자금이 코인장과 미주식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려 이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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