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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합병·분할때 소액주주 보호…정부 “상법 대신 자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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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사 충실 의무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상장 법인이 합병이나 물적분할을 할 때 주주의 이익 보호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법무부와 공동 브리핑을 열고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주주 보호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여당과 협의해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자본거래를 진행할 때 ▶합병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공시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자본거래는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등을 말한다.

계열사 간 합병 때 문제가 됐던 가액 산정기준은 전면 폐지한다. 주식·자산의 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산정토록 한다. 일률적인 산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모든 합병에 대해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해 가액 결정에 있어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안을 두고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진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때, 모회사 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주의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쪼개기 상장 때 모회사 일반주주에게도 상장에 따른 수익 증대 기회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은 현행 5년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반대 의사는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좋은 취지와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 제도 개선 의미가 크게 훼손됐던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송이 늘고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대상이 2500여 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로 제한된다. 반면에 ‘일반법’인 상법 개정 땐 103만여 개 비상장법인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자본시장법으로 ‘핀셋 규제’를 하는 게 중소·중견기업이 받을 충격을 줄이고 주주 보호의 실효성도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상법은 두고 합병·물적분할 대응책만 내놓는 식으론 주주 보호 목적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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