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신의 블로그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진= 보배드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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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대학병원 예비 전공의였던 20대 일반의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동료 의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신의 블로그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괴롭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괴롭힘의 이유는 커뮤니티의 기준에 맞지 않는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단 하나뿐"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이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집단 사직한 이후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수련병원에서 일반의(촉탁의)로 근무하고 있다는 게 A씨를 향한 집단 괴롭힘의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과 예비 전공의였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난달 초부터 해당 수련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실명 또는 초성을 언급한 글이 게재됐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사진= 보배드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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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의사 커뮤니티에 게시된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다수 캡처해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그가 근무를 시작한 당일 의사 커뮤니티에 "OO병원에 2명이 지원했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며 신상을 캐묻는 글이 올라왔고, 이틀 뒤 A씨와 입사 동기 1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그러자 커뮤니티 상에서는 A씨의 실명을 거론하고 이력을 나열하며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숨어서 벌벌 기면서 하지 말고 떳떳하게 해" "선배들 다 죽이고 그 원한을 그대로 가져갈 텐데 멀쩡하게 수련받을 수 있겠나" "한 자리라도 준다냐?" "배신자 낙인찍어야 한다"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A씨의 부모를 욕하는 댓글도 있었다. 해당 글에는 "애미 XX" "애비 XX" 등의 댓글이 달렸고, 일부 게시글에는 A씨의 부모를 사칭해 "자식 교육 잘못해서 죄송하다. 더 두들겨팼어야 했는데"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A씨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등 A씨의 부모를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낸 댓글도 여럿 있었다.
A씨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사퇴한 후 수련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돌았던 것을 언급하며 "그들을 '부역자' '감귤'이라 부르며 박제하고 비난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에는 감귤이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수련의만 지칭했으니,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저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선택지가 없어져 근무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제가 제 신상과 부끄러운 상황까지 모두 밝히며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저에 대한 음해를 주도하는 인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이 정당한 법적 처벌을 받길 원한다. 현재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수사관님도,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주 올라오는 글에 제 이름이 박혀있고, 제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비난임에도 그 글에 수백 명이 추천을 누르고, 저를 비난하고, 욕한다"며 "평일에는 조용하다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토요일마다 게시글이 올라와 볼 때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린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강렬한 악의를 갖고 저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서 밤에는 잠도 잘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직장 동료들은 모두 친절한데 그중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있어, 항상 주변을 살피며 누가 있고, 누구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고 있다"며 "필요에 의해 직장을 구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백 명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번 사태의 주도자가 있다고 판단, 자신에 대한 이른바 좌표찍기를 한 회원들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내고, 국민청원도 신청한 사실을 알렸다.
현재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A씨가 게재한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해당 글은 100명 이상이 동의해 공개 청원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후 A씨는 또 다른 글을 통해 해당 의사 커뮤니티에서 익명 보호를 이유로 A씨의 메일에 답장하지 않았고, 해당 커뮤니티에서 강제 탈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월 검찰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정씨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22일 첫 재판을 받았다.
정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 1100여명의 소속병원·진료과목·대학·이름 등 개인 신상정보를 26차례에 걸쳐 온라인으로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기관은 이러한 정씨의 범행이 전형적인 온라인 스토킹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보고 그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c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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