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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 사면한 바이든…"권한 남용" 비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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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 등 총 12가지 혐의로 재판 중인 차남 헌터 바이든(54)을 1일 밤(현지시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대선 기간은 물론 최근까지도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약속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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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차남 헌터 바이든이 워싱턴의 미 육군 포트 맥네어 기지 안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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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 충성파 사법부 수장을 내세워 바이든 가족에 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법권 남용”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들 헌터에 대한 사면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에) 대한 기소는 의회 내 정치적 반대자들이 나를 공격하고 내 선거(대선)에 반대하도록 선동한 뒤 이뤄졌다”며 “헌터는 단지 내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기소됐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으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적들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헌터를 무너뜨리려 했고,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며 “나는 사법 시스템을 믿지만, 이 문제와 씨름하면서 원색적인 정치가 오심을 불렀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헌터가 정치적으로 기소된 것이기에 사면권을 발동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 말미에 “미국인들이 아버지이자 대통령인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부정(父情)을 감추지 않았다. 성명에 따르면 사면은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명절을 맞아 가족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형량 선고 11일 앞두고 사면 결정



이번 사면은 오는 12일 헌터의 불법 총기 소지 관련 혐의에 대한 형량 선고를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헌터는 2018년 10월 마약(코카인) 중독 이력을 숨긴 채 리볼버 권총을 구매해 소지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구체적으론 권총 취득 시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진실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하는 등 세 가지 혐의다.

지난 6월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미 역사상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건 헌터가 처음이다. 미 배심원 제도에선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평결하고, 유죄일 경우 판사가 형량을 정한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2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5만 달러(약 10억5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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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모인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을 보기 위해 서 있다.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부터 딸 애슐리 바이든, 며느리 멜리사 코헨 바이든, 손자 보 바이드, 아들 헌터 바이든, 질 바이든 여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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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헌터는 탈세 혐의와 관련한 재판도 받고 있는데, 이미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9가지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한 상태다. 마약과 성매매, 호화 생활을 하면서도 2016년부터 4년간 총 140만 달러(약 19억65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헌터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17년 이하의 징역형과 130만 달러(약 18억2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재판의 선고 역시 오는 16일로 다가온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권 발동으로 헌터는 모든 혐의에서 자유로워졌다. 사면 명령서에 따르면 헌터는 “그가 저질렀거나,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거나, 가담한 모든 범죄로부터 완전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면받는다.



"권한 남용, 공약 뒤집는 논란의 결정"



미 주류 언론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물론 백악관이 시종일관 헌터의 사면 가능성을 부정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유죄 평결을 받고, 유죄를 인정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오랜 공약을 뒤집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6월 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헌터를 사면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같은 달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유사한 질문을 받고 “조와 나는 사법 시스템을 존중한다”며 헌터의 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역시 여러 차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앤드루 게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헌터의 사면과 관련한 바이든의 입장이 바뀌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더는) 추가할 내용이 없다”며 확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트럼프 "의사당 난입 수감자도 사면되나?"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사법권 남용”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조가 헌터에게 내린 사면에 현재 수년째 수감 중인 ‘J-6 인질’도 포함되나?”라고 반문했다. J-6 인질은 2020년 미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 난입 폭동에 가담했다가 수감된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J-6는 ‘1월(January) 6일’을 뜻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이들에 대한 사면을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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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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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도 예고했으나, 사실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유지가 어려워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오는 26일 예정됐던 형량 선고는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형사상 면책특권을 들어 사건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당선자 신분에서도 면책특권이 적용된다는 논리다.

이 외에도 트럼프는 기밀문서 무단 반출, 2020년 대선에서의 조지아주 투표 결과 뒤집기 시도, 의사당 난입 폭동 선동 등 세 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중 기밀문서 반출 소송은 기각됐고, 다른 두 건도 미 법무부가 기소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 임기 마지막 날까지 무더기로 사면권을 남발해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미 헌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176명을 사면하거나 감형해 비판을 받았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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