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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회사 보유분 있습니다" 분양사기 유혹과 탐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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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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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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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지식이 빈약한 일반인은 모델하우스의 분양 상담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분양 상담사의 허위·과장 설명에 혹해서 투자가치가 낮은 부동산을 분양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최경미(가명·47)씨도 이렇게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새 연재물 허준열의 분양사기 꼬리물기에서 경미씨의 사례를 들여다봤다. 1편이다.

한국 사회에서 깨지지 않는 믿음처럼 통용되는 말이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불패신화를 만든 이유다. 하지만 모든 부동산 시장이 달콤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투자의 위험성은 어디에든 있다. 시장을 잘 모르는 투자자를 노리는 속칭 꾼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분양 상담사의 허위·과장 설명에 속아 가치가 낮은 부동산을 덜컥 분양받는 이들도 숱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살고 있는 최경미(가명·47)씨는 2022년 초 오피스텔 상가(분양가 4억원)에 투자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한풀 꺾이던 때였지만 경미씨는 이를 투자의 기회로 여겼다. 우연히 만난 분양 상담사의 말에 혹한 게 컸다. 하지만 경미씨의 선택은 뼈아픈 실패로 돌아왔다.

사실 상가를 분양받을 생각이 없었던 경미씨가 마음을 바꾼 건 분양 상담사가 던진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자신을 실장이라고 소개한 분양 상담사는 "대부분의 상가는 모두 계약이 끝난 상태"라며 말을 이었다.

"오피스텔 입지가 워낙 괜찮아서 목이 좋은 상가는 다 나갔어요. 다만, 회사보유분 3개 중 1개가 남아 있죠. 원래 3개를 모두 계약하려던 투자자가 2개만 계약하면서 남은 거예요. 1층 출입구 바로 옆이어서 위치도 좋습니다. 제가 실장이어서 특별히 소개해 줄 수 있어요. 2층 상가엔 병원이 입주할 예정이고, 약국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입점할 가능성이 높아서 투자가치가 정말 뛰어나요."

회사보유분을 특별히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경미씨가 관심을 보이자 분양 상담사는 이런저런 혜택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특히 분양 조건이 매력적이라는 걸 강조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분양 상담사는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2억4000만원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며 "대출기간 중에는 이자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오피스텔을 짓는 동안 들어가는 돈은 한푼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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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에 있는 분양 상담사는 사실 영업사원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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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을 치를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줬다. 입주 시기에 맞춰 임차인을 구하면 보증금으로 잔금을 낼 수 있다는 거였다. 경미씨는 "실장이라는 사람이 오피스텔이 완공되면 상가에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줄을 설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혹시라도 임대에 애를 먹으면 실장이 직접 임차인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분양가의 10%인 계약금 외에는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분양 상담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경미씨는 큰 고민 없이 상가 분양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계약금(4000만원) 중 일부가 부족했던 그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상가를 분양받았다. 중도금 대출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오피스텔 상가 분양 계약에 성공한 경미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남들보다 목이 좋은 상가를 분양받았다는 생각에 손쉽게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오피스텔이 완공된 후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매각해도 2000만~3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분양 상담사의 말도 기대감을 키웠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올 6월 오피스텔이 마무리 공사에 들어가자 경미씨가 잔금을 치를 날도 다가왔다. 하지만 경미씨가 품었던 대박의 꿈은 이때부터 악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잔금을 치를 시기가 임박했지만 경기 침체 탓인지 임차인을 구하는 게 어려웠던 거다. 경미씨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가 분양받은 오피스텔 상가의 대부분은 텅텅 비어 있었다.

"임대인을 구해주겠다"던 분양 상담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임차인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안심시키더니 오피스텔 완공을 앞두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잠적해 버렸다. 그렇게 오피스텔이 완공됐고, 경미씨의 고통이 시작됐다. 잔금을 치르지 못하자 돈을 내라는 시행사의 독촉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왔기 때문이다.

경미씨는 "임차인을 구해주겠다던 분양 상담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행사는 "상가 임대는 계약자인 최씨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시행사가 임대 책임까지 지지는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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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미씨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상가 분양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 전했지만 이 또한 별 소용 없었다. 시행사는 상가를 팔아서 잔금을 마련하거나 분양계약을 승계할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는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경미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싼 가격에 오피스텔 상가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하지만 상가를 당장 처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금리 국면과 정부의 대출규제책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부동산들조차 "오피스텔의 공실이 많은 탓에 문의조차 뜸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경미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이야기는 허준열의 분양사기 꼬리물기 2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tujakorea@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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