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여당 협의로 이번주 중 국회 제출 계획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부정적인 영향 최소화"
합병 가액 일률 산식 벗어나 실질가치 반영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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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우연수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명문화하겠다고 2일 밝혔다. 재계 등 반발을 고려해 일반법인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장사에 한정하는 '핀셋 규제'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 내부 논의는 끝낸 상태로 여당과 협의해 이번주 중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된 브리핑에서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하고 상법 개정으로 인해 모든 다수 회사, 상장법인이 아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을 할 때 이사회는 합병 등 목적, 기대 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추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견을 투명하게 공개해 실질적으로 주주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관련 비상장사를 포함해 120만개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 대신 상장사 2400여곳에만 적용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손익거래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반면 합병·분할 등 재무적 거래의 경우에는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일반주주 보호 문제도 이러한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했다"며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한 주주 보호 노력 조항을 둠으로써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인 주주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상법 개정에 목소리를 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을 통한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입장 선회에 대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일반주주의 이익도 같이 보호돼야 한다는 큰 틀 아래 방법론으로 여러 의견이 제기된 상황에서 금감원장도 상법 개정이나 배임죄 폐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이라며 "각계 의견을 수렴한 바에 따르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의도한 규제 효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이날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고, 관계기관간 의견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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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합병 등 가액이 일률적인 산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비계열사간 합병은 지난달부터 합병가액 산식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두산 합병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12일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최근 공정성 이슈가 제기됐고 합병가액 산정방식이 현재와 같이 기준가격으로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있다"며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이나 시장 상황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밖에 현재는 상장 계열사간 합병 등은 외부평가·공시가 선택사항이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모든 합병 등 가액 결정에 있어 객관성·중립성을 제고하고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은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한도 내에서는 상법에 어떤 규정이 들어오든지,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 소송이 이뤄지더라도 그걸 실현하기 어렵지만 지금 정부안 방향에 의하면 절차 조항을 세밀하게 구성했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주주 입장에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반면 기업이나 이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근거를 남겨놓으면 나중에 면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사가 이런 책임을 소홀히 했을 때는 현행 규정에 따른 당국 감독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금 현행법에서도 합병 등에 대한 절차적인 규정이 있고 그걸 위반했을 때 감독상 조치 규정도 있다"며 "이번에 외부평가를 받고 공시하라고 절차적으로 부과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감독상 조치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어느 범위까지 감독 조치 대상으로 넣을지는 국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물적분할 후 상장된 유망 사업부문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 5년을 없애고 상장기업이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해 충분한 보호 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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